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법원·검찰

속보

더보기

[임금피크제 제동] 대법, 첫 판단…"산업·노동계 줄소송 전망"

기사입력 : 2022년05월26일 13:54

최종수정 : 2022년05월26일 14:12

"사회 팽배한 연령 차별에 원칙적 제동 건 획기적 판결"
"노조 사업장 중심으로 근로자 집단소송 움직임 예상돼"
"차별 아닌 방향으로 제도 활용해 나갈 가능성 생긴 것"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대법원이 특정 나이가 지나면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현행법에 어긋나 무효라는 첫 판례를 내놓으면서 산업계와 노동계 등에 큰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오전 10시 퇴직자 A씨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등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91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 입사해 2014년 명예퇴직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2009년 1월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A씨는 2011년부터 적용 대상이 됐다.

A씨는 임금피크제 때문에 직급이 2단계, 역량 등급이 49단계 강등된 수준의 기본급을 지급받게 됐다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2014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실시한 임금피크제가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지 못 하도록 한 고령자고용법 4조의4를 위반해 무효인지 여부다.

같은 법 4조의5는 ▲직무 성격상 특정 연령기준이 요구되는 경우 ▲근속기간 차이를 고려해 임금·복리후생에서 합리적 차등을 두는 경우 ▲법에 따라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법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 조치를 하는 경우 등을 예외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그 시행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로써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성과연급제가 피고의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위와 같은 목적을 55세 이상 직원들만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려운 점, 원고는 임금이 일시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음에도 적정한 대상 조치가 강구되지 않았고 성과연급제 전후로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성과연급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 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이날 내놓은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무효 여부를 가리는 첫 판례다. 그간 업체별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전국 법원의 하급심 판단은 엇갈려 왔다.

2017년에도 임금피크제 사건에 대한 대법 판단이 있었지만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사례로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시는 없었다. 해당 사건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 노조의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부분이 쟁점이 돼 노조 동의로 이뤄진 이번 사건과는 차이가 있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공공기관사업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2020년 4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즉시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23 dlsgur9757@newspim.com

이와 관련해 권영국 해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금피크제는 박근혜 정부 당시 지침으로 밀어붙인 사안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으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고령자고용법 조항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팽배한 여러 가지 차별과 갈등의 문제에 대해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연령에 대한 차별에 원칙적으로 제동을 건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 역시 "(기존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해주면서 임금을 조정하는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적용 연령 이후에도 근로자가 같은 일에 같은 실적을 올렸는데도 임금에 차별을 둬 적용해 왔다"며 "이를 금지한 고령자고용법 취지에 잘 부합하는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대법이 임금피크제의 내용적 측면을 부정한 최초 판단을 내놓으면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로부터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2016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300인 이상 기업 중 27.2%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2016년에는 46.8%로 확대됐다. 규모가 큰 기업 및 공공기관 대상으로 통계가 집계됐다는 점, 고용부 발표로부터 시간이 경과된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 판결이 산업계와 노동계에 미칠 파급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임금피크제·고령자고용법과 관련해 진행 중인 다른 하급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영국 변호사는 "임금피크제는 원래 청년 고용을 증진시킨다는 취지를 내세우면서 회사의 비용을 줄이는 방편으로 도입을 강제한 측면이 강하다"며 "비용 절감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경우에는 (기업이 제시한) 합리적 이유가 부정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 부분 고령자고용법 강행 규정을 위반해서 무효가 된다면 원상회복 조치가 불가피하게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며 "노조가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소위 줄소송이나 집단소송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관련 다른 하급심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 변호사는 "2020년과 2021년 다수의 임금피크제 소송을 맡았지만 학습지 사건처럼 40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동자들이 패소해 왔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적어도 이번 판결 취지에 따르면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연령에 따라 차별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사안에 있어서 만큼은 하급심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대법 판결로 그간 차별적으로 적용돼 온 임금피크제에 제도 개선의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박은정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 자체가 완전히 무효라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에 무효라고 본 것"이라며 "임금피크제 내용에 따라 그 설정 방식에 합리적인 이유를 충분히 갖춘다면 직무 필요성이나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 등을 고려해 차별이 아닌 방향으로 제도를 활용해 나갈 가능성을 갖게 됐다"이라고 말했다.

 

kintakunte87@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외교부 1차관 인사 충격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국장급에서 일약 차관으로 직행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임명에 외교부가 술렁이고 있다. 외교부 조직과 인사를 총괄하는 책임자인 1차관에 현재 실장급(1급)보다 후배 기수인 박 차관을 전격 기용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이번 인사는 파격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박 차관은 전임 김홍균 1차관보다 외무고시 기수로 11기 아래이며 나이도 9살이나 어리다. 박 차관이 미국 관련 업무를 오래했다고는 하나 본부 주요 국장도 거치지 않았고 공관장도 특명전권대사가 아닌 총영사를 지냈다. 기수나 나이, 경력 모든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인사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박윤주 신임 외교부 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첫 출근을 하고 있다. 2025.06.11 gdlee@newspim.com 퇴직한 외교관 출신의 한 인사는 "차관이 실장보다 후배였던 경우는 외교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 정도 인사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 차관은 민주당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 정권인수위원회를 거쳐 이종석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밑에서 일했다. '자주파·동맹파 파동'으로 외교부 북미국장에서 물러난 위성락 현 국가안보실장도 당시 NSC에서 함께 일했으며, 위 실장이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일 때도 워싱턴 공관에서 함께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미국 심의관과 인사기획관을 거쳐 애틀랜타 총영사로 임명됐지만, 1년여 만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됐다. 외교부가 술렁이는 이유는 단순히 의외의 인물이 발탁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 차관 임명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전례없는 파격 인사로 조직에 충격을 가하고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민주당 정부가 집권했을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었으며, 실제로 외교부를 '손보려는' 시도도 자주 있었다. 노무현 정부때는 중앙인사위원회·행정자치부 출신의 차관을 임명해 조직 개편을 시도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주미 대사관의 한·미 정상통화 유출사건을 계기로 외교부 내 '친미 라인'을 제거하기 위해 과도한 징계를 가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외교부의 한 중견 간부는 "이번 차관 인사가 태풍의 전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외교부 내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박 차관 임명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2025-06-11 16:23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김현지 총무비서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인선도 추가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 인선의 핵심은 '실용'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성남·경기라인 인물들은 정부 요직에 내정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김현지 전 보좌관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때 시민운동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98년 당시 변호사이던 이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으며 이곳에서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등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던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도 함께했다.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한 것.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시민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011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민관 협력 기구 '성남의제21'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야 도청 비서관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김 전 보좌관은 '그림자 보좌'로 유명하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향이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할 때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언론 노출을 지양해왔다. 또한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보좌관은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고 조심성이 강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대장동 사건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당직을 내려놓은 영향도 있다. 김 전 보좌관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전 보좌관이 맡게 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무원 직제상 1급에 해당한다. 특히 대통령실 2급 이하 행정관 등 실무진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급 인선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 비교적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옅은 통합형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실무라인에는 김 전 보좌관처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복심'들을 배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1부속실장에 내정된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 의전비서관의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 인사비서관의 김용채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원외에서 이 후보를 후방지원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핵심인물들도 이재명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대통령 국가안보실 비서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고문은 전남 경제부지사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와 더 긴밀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heyjin@newspim.com 2025-06-11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