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법 1962년 제정 때부터 복수 당적 보유 금지
허용 시 정당 간의 부당 간섭 발생·정당의 정체성 약화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복수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정당법이 정당 가입 및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누구든지 둘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하도록 한 정당법 제42조 제2항에 대한 청구인 '시대전환'과 조 모씨의 심판청구를 각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와 함께 헌재는 정당의 당원인 나머지 청구인들의 정당 가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 이들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도 모두 기각했다.
청구인 시대전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중앙당 등록을 마친 정당이고, 조모 씨는 청구인 정당의 당원 겸 대표자다. 시대전환과 조씨를 제외한 나머지 청구인들은 청구인의 정당 또는 더불어민주당의 당원이다.
청구인들은 특정한 의제의 실현을 목적으로, 여러 당의 당원이 하나의 당에 가입해 연대하는 방식의 정치적 활동을 하기 위해 2020년 12월 29일 심판청구에 나섰다. 앞서 조씨는 다른 당원이 돼 공천받기 위해 시대전환을 탈당했다.
"누구든지 2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정당법 제42조 제2항 및 위 조항을 위반해 2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된 자를 처벌하는 같은 법 제55조가 청구인들의 정당 가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정당법은 1962년 12월 31일 법률 제1246호로 제정될 당시부터 복수 당적 보유를 금지해왔다. 이후 2005년 8월 4일 법률 제7683호로 전부 개정 시 조문의 위치만 변경됐을 뿐, 복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조항의 내용은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2021년 10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재판 개입' 혐의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사건 선고 공판을 준비하고 있다. 2021.10.28 mironj19@newspim.com |
헌재는 조씨가 심판청구 기간을 경과했다며 각하했다. 헌재는 "청구인 정당 및 청구인 조씨는 아무리 늦어도 청구인 정당이 대표자의 탈당으로 인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2020년 4월 3일 무렵에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사유의 발생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한 바, 그로부터 90일이 경과한 후에 제기된 위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해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또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도 기각했다. 헌재는 "복수 당적 보유가 허용될 경우 정당 간의 부당한 간섭이 발생하거나 정당의 정체성이 약화될 수 있고, 그 결과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고 필요한 조직을 갖춰야 한다는 헌법적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예외 없이 복수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으나, 정당법상 당원의 입당, 탈당 또는 재입당이 제한되지 아니하는 점, 복수 당적 보유를 허용하면서도 예상되는 부작용을 실효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상정하기 어려운 점, 어느 정당의 당원이라 하더라도 일반에 개방되는 다른 정당의 경선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심판대상조항이 정당의 당원인 나머지 청구인들의 정당 가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복수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정당법 제42조 제2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최초로 판단해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정당의 당원인 청구인들의 정당 가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정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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