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 후보 경선 불법 여론조사…벌금형 확정
"진정한 유권자 의사 왜곡…침해된 사익보다 달성할 공익이 더 크다"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선거 여론조사에서 두개 이상의 전화번호를 개설해 중복응답한 행위를 범죄로 신설하고 이에 대해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도록 개정한 공직선거법 규정이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착신 전환 등을 통한 중복응답 범죄에 대해 선거권제한 및 퇴직 조항을 두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266조 제1항 등이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기각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021년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1.01.28 yooksa@newspim.com |
이번 심판대상이 된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3호는 착신 전환 등을 통한 중복응답 등 선거범죄를 범한 자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않을 경우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했다.
또 공직선거법 제266조 제1항 제1호는 선거 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를 받은 자는 지방의회의원 직에서 퇴직하도록 했다.
헌재는 우선 선거권제한조항과 관련해 "착신 전환 등을 통한 중복응답 등 방식으로 여론조사가 시행되면 여론조사 결과에 유권자의 진정한 의사를 반영하지 못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면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의 공정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판단과 함께 피고인의 선거권을 일정 기간 박탈하겠다는 판단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권 제한을 통해 달성하려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라는 공익이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침해되는 개인의 사익보다 크다"고 판시했다.
또 퇴직 조항에 대해선 "지방의회의원이 선거의 공정성을 해한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면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그 직을 유지시키는 것이 공직 전체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퇴직 조항으로 인해 지방자치의원의 직에서 퇴직하게 되는 사익 침해에 비해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방지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며 공직에 대한 국민 또는 주민의 신뢰를 제고한다는 공익이 더욱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헌재에 따르면 청구인들은 지난 2018년 6월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시의원 및 구의원으로 당선된 자들이다.
이들은 해당 선거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구시장 예비후보로 활동한 이재만 씨의 당선을 위해 둘 이상의 전화번호를 착신 전환한 뒤 두 차례 이상 응답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에 이미 취임한 시의원직과 구의원직에서 퇴직했다.
이후 청구인들은 선거 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않는 사람의 선거권 및 공무담임권을 제한한 공직선거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공직선거법은 2016년 1월15일 선거범죄 중 하나로 착신 전환 등을 통한 중복응답 등 범죄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이에 착신 전환을 통한 중복응답 등 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고 형이 확정된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는 선거권을 제한받고, 이미 취임한 지방의회의원은 직에서 퇴직하도록 했다.
이번 헌재 결정은 이와 같은 내용으로 개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에 대해 최초로 판단한 사례로, 관련 규정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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