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A씨 토지공사로부터 토지 계약 뒤 B씨에 양도
대전 유성구청장 A씨에 취득세 등 세금 부과
"세법상 재화의 양도시기나 취득시기는 민법의 물권변동시기와 별도로 규정"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한 경우에도 취득세를 부과하도록 한 구 지방세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헌재는 미등기 시에도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한 경우, 취득물건의 소유자 또는 양수인을 취득자로 보도록 한 구 지방세법 제7조 제2항 본문 중 '부동산의 사실상 취득'에 관한 부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심판대상은 구 지방세법(2016. 3. 29. 법률 제14116호로 개정되고, 2019. 8. 27. 법률 제165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2항 본문 중 '부동산의 사실상 취득'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청구인 A씨는 2014년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대전 유성구의 토지 733.7㎡를 14억6555만원에 분양받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분양대금 및 할부이자 합계액 중 일부인 14억6407만원을 지급했다.
해당 토지에 대한 A씨의 미지급 분양 잔대금은 448만4150원으로, 이는 전체 분양대금 원금의 0.3%에 해당했다. 잔금을 미납한 청구인은 이 토지에 대한 등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2018년 3월 B씨에게 토지 분양권을 14억5000만원에 양도하기로 계약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021년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1.01.28 yooksa@newspim.com |
이에 대전광역시 유성구청장은 A씨가 이 사건 토지를 '사실상 취득'했다고 보고 2018년 4월 A씨에 대해 토지 취득세 8146만원, 지방교육세 697만원, 농어촌특별세 348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구 지방세법 제7조 제2항은 부동산 등의 취득은 민법, 자동차관리법, 건설기계관리법, 항공안전법, 선박법, 입목에 관한 법률, 광업법 또는 수산업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등기·등록 등을 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사실상 취득하면 각각 취득한 것으로 보고 해당 취득물건의 소유자 또는 양수인을 각각 취득자로 한다. 다만, 차량, 기계장비, 항공기 및 주문을 받아 건조하는 선박은 승계취득인 경우에만 해당한다.
헌재는 A씨에 대한 유성구청장의 과세를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고 당사자의 진실한 권리관계를 보호하는 데 주안점이 있는 민법에서는 물권변동에 있어서 공시방법을 반드시 갖추어야 그 효력이 발생하는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담세능력이 있는 자에게 과세권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세법에서는 이와 달리 양도자의 사용권이나 수익권 등이 어느 시점에 이전됐는지 등과 같은 실질주의 내지 실질과세의 관점을 취할 수 있는 것이므로, 세법상 재화의 양도시기나 취득시기는 민법의 물권변동시기와 별도로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매매의 경우 사실상 취득이란 사회통념상 대금의 거의 전부가 지급됐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행 완료의 뜻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아울러 대금의 거의 전부가 지급됐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개별적·구체적 사안에 따라 미지급 잔금의 액수와 그것이 전체 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 미지급 잔금이 남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 결정은 민법에 따른 등기를 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부동산을 사실상 취득했다면 해당 취득물건의 소유자 또는 양수인을 취득자로 보도록 한 구 지방세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한 사건"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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