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연구원 '소권남용 대응' 주제로 학술대회
사건 접수 단계에서 대응 어려운 현행 제도 지적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소권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당소송 사건을 집중 처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거나 담보제공명령 등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법정책연구원은 18일 사법연수원 소강당에서 대한변호사협회 및 한국민사소송법학회와 '소권남용의 현황과 대응'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사법정책연구원이 18일 '소권남용의 현황과 대응'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2022.03.18 sykim@newspim.com |
주제 발표에 나선 정승연 판사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으로 사건 접수 단계에서 부당소송 대응이 불가한 점을 꼽았다. 민사소송규칙 제5조 1항은 "당사자, 그 밖의 소송관계인이 제출하는 소송서류는 정당한 이유 없이 접수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판사는 "민사소송규칙이 규정하는 '정당한 이유'의 사례와 규정도 없다"며 "현실적으로 소송 서류 자체가 검토되는 사례가 없고, 근거 없이 서류를 내는 경우에도 보정 권고만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부당소송 접수 거부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인지나 송달료를 내지 않고 아무런 이유 없는 소장과 신청서가 제한 없이 법원에 접수돼 사건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할 방법으로 "전담재판부를 설치해 부당소송 사건을 집중 처리하거나 소송비용 담보제공명령 등의 현행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계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당소송에 대한 영미법상의 대응 방안과 도입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미국식 담보제공명령이 유용하긴 하지만 제공해야 할 액수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크지 않아 여러모로 활용되지 않는 면이 있다"며 "미국처럼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 지급하는 변호사 비용을 통상 분해로 인정해 담보액에 포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프랑스의 부당소송 대응방안을 제시한 황재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프랑스는 소권 남용에 대해 1만 유로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부당소송인이 제기한 절차 내에서 재판부가 부당소송으로 인한 상대방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발표 이후 토론에서 김관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인지 미첩 사건에 번호부여 등 사건처리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소송 건수를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는 소송은 소송대리인 선임을 강제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훈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는 "부당소송이 많을 수록 사법 자원의 효율적 운영이 어려워 통상적인 재판도 늦어진다"며 "송달 없이 소각하를 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형준 서울고등법원 사무관은 접 겪은 사례를 소개하며 "부당소송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원 공무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한 달 사이에 소송이 16건이나 제기된 사례가 있었는데, 무모한 소송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소금지명령 등 도입과 더불어 부당소송으로 인정될 경우 프랑스처럼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일정액의 손해배상을 명하는 등 부당소송인에게 금전적 부담 발생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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