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 요구해온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회원국 외무장관 특별회의에 참석,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더 악화되겠지만,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절박함을 이해한다면서도 나토가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다면 "유럽이 더 큰 충돌에 휘말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토는 방어 동맹이라면서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나토의 항공기나 병력을 둬선 안된다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침공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 이날 나토 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장관도 회의를 마친 뒤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강력히 비판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과 나토 등이 우크라이나의 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할 경우 "러시아와 전면전으로 확대가 될 우려가 높다"며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다만 나토 회원국의 영토는 한뼘도 내주지 않고 방어할 것이라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한 건물에서 포격으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대해 한 기자는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바랐던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없다면 러시아 침공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즉답을 피한 채 "미국과 동맹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에 맞설 수 있도록 다양한 무기와 관련 물품들을 매일 지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동안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한 러시아군의 침공에 막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 서방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달라고 촉구해왔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올레크산드라 우스티노바 의원은 CNN방송에 출연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고 폭격을 하고 있는 러시아군에 맞서 어떻게 싸우라는거냐"며 비행금지구역 설정 거부에 분통을 떠트렸다.
그는 "서방이 러시아를 제재한다고 했지만 실제는 별로 그렇지도 않다. 러시아의 주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왜 철저하게 막지 않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제재는 왜 하지 않느냐"면서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선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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