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4명이 몽골 출신 여중생 6시간 동안 폭행
경찰, 베란다 숨은 피해자 못 찾아…5시간 뒤 사건 발생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경찰 초동조치가 미흡해 화를 키웠다는 경남 양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인권위는 지난 16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경남에서 발생한 이주아동 집단 폭행 및 동영상 유출 사건에 대해 경찰과 학교, 교육지원청 등이 피해자에 대한 초동조치와 보호조치 등을 적정하게 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직권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인권위는 그동안 피해자와 가족 면담, 경찰 조치 및 수사 경과, 학교 및 교육지원청 조치 등에 대해 기초조사를 했다. 인권위는 경찰 초동조치, 진정서 조사 지연,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미흡, 학교 및 지원청의 초동조치, 학교폭력 처분 과정 적정성 등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남 양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은 한국인 여중생 4명이 몽골 출신 여중생 A 양을 집단폭행 뒤 동영상까지 유포한 사건이다.
경찰 로고 [사진=뉴스핌DB] |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월 32일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양산시 한 빌라에서 A 양은 속옷 차림으로 팔다리를 묶인 채 6시간 동안 집단 폭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폭행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후 영상을 주변 학생들에게 유포했다고 전해졌다. A 양은 당시 가출 상태로 가해 학생 중 1명 집에서 지내다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신고는 사건 발생 전날인 지난 7월 2일 0시 20분쯤 경찰에 접수됐다. 양산 모처에 가출 학생들이 산다고 이웃주민이 신고했다. 현장을 찾은 경찰은 가해 학생 1명과 A 양을 대면했으나 A 양에 대한 가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간단히 확인 절차만 거치고 철수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30분쯤 A 양 이모가 정식으로 가출 신고를 한 후 A 양이 지내던 가정집을 방문했다. "왜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냐"며 가해 학생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뺨을 맞은 학생 1명이 112에 신고해 경찰이 두 번째로 출동했다. A 양은 베란다 세탁기 옆에 숨었지만 경찰은 안방과 화장실만 살펴본 후 돌아갔다.
이어 가출 신고를 접수한 양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도 현장에 출동했지만 집 구석구석을 확인하지 않은 탓에 A 양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이 돌아가고 5시간 후에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미흡한 경찰 초동 대응이 사건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집단 폭행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가해자 중 2명은 검찰에, 다른 2명은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으로 울산지법 소년부에 송치했다.
양산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열고 심리상당 및 조언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했다. 가해 학생에게는 접촉 금지 및 보복행위 금지, 사회봉사 8시간, 학생 특별교육 6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5시간 등 징계를 내렸다.
인권위는" 아동 권리와 최선의 이익은 아동의 국적과 상관없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보호돼야 한다"며 "직권조사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초동조치 및 보호조치 등의 과정에서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되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