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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 뚫고 '중국 자본주의' 메카 광동성을 가다 <中>

기사입력 : 2021년09월18일 14:06

최종수정 : 2021년09월18일 14:11

'황제는 저 멀리' 자유와 개방적인 도시기풍
중앙 정치 보다는 경제와 장사 미식에 관심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헝다디찬(恒大地產, 헝다부동산)이 본사는 선전으로 옮겼지만 본래 이곳 광저우에서 창립됐어요. 광저우가 헝다 프로축구 구단 연고지인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이죠. 회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빚을 져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겁니다. 부동산이 주력인데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면서 영업난이 심해졌다고 해요".
 
2021년 9월 15일 아침 식사전, 광저우(廣州) 텐허(天河)구 메리어트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 직원이 추전해준 화청(花城)공원으로 향했다. 조식 전 짬을 내 산책 겸 광저우의 명물 랜드마크인 광저우 탑(켄톤 타워)을 구경하기 위한 외출이다.

택시가 호텔서 멀지않은 헝다 프로축구 구단의 전용 운동장을 지나는 순간 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마침 요즘 중국 경제 핫이슈인 헝다부동산 기업 부채 위기 뉴스가 흘러나왔고, 잘 됐다싶어 기자가 헝다 얘기를 꺼내자 기사는 일사천리로 이렇게 설명했다.

기사는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헝다 얘기를 더 할려는 순간 택시가 벌써 화청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택시 미터기의 요금을 보니 기본 요금 12위안에서 2위안이 추가돼 14위안으로 표시돼 있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광둥성 성도인 광저우 화청공원에 중국 공산당의 국민 계몽 구호인 12개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이 주사위 모형의 장식물에 새겨져 있다.  2021년 9월 15일 뉴스핌 통신사 촬영.  2021.09.17 chk@newspim.com

아침 7시가 좀 못된 시각, 베이징 같으면 대낮 같이 밝은 시간이지만 3시간 이상 시차 때문인지 광저우의 화청공원은 이제 막 어둠이 물러가고 있는 중이었다. 공산당 100주년 경축및 각종 선전 조형물들이 공원 구석구석을 장식하고 있었다.

앞서 출장 첫날인 14일 저녁 주장(珠江) 인근 한 고층 건물 스카이라운지. 저녁 늦은 시간 이곳에서 내려다 본 광저우 시내는 불야성이었다. 유유히 주장이 흐르고 코 앞의 광저우 탑에서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빛의 향연을 연출하고 있었다.

광저우 탑은 '넓을 광(廣)'자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전망대 라운지 직원은 말했다. 하늘을 향해 둥글고 날렵하게 치솟은 탑을 휘돌아 공산당 100주년 경축과 공산당 만세라는 선전 문구와 칭화랑 백주 네온사인 광고가 요란하게 사위를 비춘다.

하지만 정치 선전물은 구호와 장식에 그칠 뿐이었다. "저 홍색 구호......" 하며 짐짓 느낌을 물어보려 하면 다들 눈쌀을 찌푸리며 대답을 피한다. 공산당의 정치 구호는 광둥인들의 일상과 분리된 채 다른 트랙을 돌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방인에게만 도드라지게 시야에 들어올 뿐 광저우 탑 레이저 광선에서 무슨 공산당 선전 구호가 흘러 나오는지, 도시의 공원에 공산당의 어떤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지 사람들은 도무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광둥성 광저우시 텐허구의 한 호텔 음식점이 특별 요리 광동식 소고기 구이를 식탁에 올려놨다. 느끼하지 않은 달콤한 육즙이 특징이다. 2021년 9월 14일.  2021.09.17 chk@newspim.com

예로부터 중국에 '산고황제원(山高皇帝遠)'라는 말이 전해져온다. '산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다'는 뜻이다. 중원과 북방의 정치적 영향을 덜 받으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고유한 문화적 역량을 축적해왔음을 일컬어 하는 얘기다. 광둥성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곳이다.

개혁개방 초기 광저우를 통해 중국을 처음 경험한 서방 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30년 동안 사회주의를 했을까'하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상업에 대한 열정과 불평등을 감수하는 풍토에서 광둥인들은 자본주의 나라 사람들 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적이라고 한다.

"베이징 사람들이 딱딱한 CCTV 뉴스를 보고 고담준론을 즐긴다면 광둥인들의 경우 식탁 머리에서 절반은 투자와 비즈니스, 골프 얘기로 시간을 보낸다는 얘기가 있어요. 수도 베이징이 회색옷의 칙칙하고 무거운 느낌이라면 광저우와 광둥성은 밝은 색 옷에 활달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기풍이 강하죠".

대한민국 광저우 총영사관(총영사 한재혁)의 김덕구 영사는 9월 14일 광저우의 한 호텔에서 만났을 때 수도 베이징과 비행기로 3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광저우, 두 도시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덕구 영사는 개방적이고 장사를 좋아하며 미식을 즐기는 게 광둥인들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의 포산(佛山, 광저우 남쪽 편 경제 위성 도시) 친구 샤오리(小李)는 포산이 중국 무술의 메카로 황비홍과 엽문(이소령의 사부)의 근거지라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다. 광저우 출장 얘기를 꺼내자 그는"미식하면 광저우만한데가 없다"며 광저우 요리를 충분히 즐기고 오라고 했다. 그는 중국인들의 중추절(추석) 송편인 웨빙(月餅, 월병)중에도 누구나 광둥성 월병을 최고로 친다고 자랑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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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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