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태도 변화…미국 공장 증설 추진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신규 협력 기대
'각형·원통형' 투트랙 전략…유연한 대처 가능
[서울=뉴스핌] 박지혜 기자 = 삼성 SDI는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에 전기차 배터리 누적 사용량에서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그럼에도 삼성SDI에 대한 핑크빛 전망이 나온다. 올해 미국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히며 그동안 소극적이던 투자 행보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 리비안 등과 합작사 설립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삼성SDI의 자동차 배터리 [제공=삼성SDI] |
◆ 배터리 사업 흑자 전환에 미국 진출 드라이브
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누적 배터리 공급량이 SK이노베이션은 7.4기가와트(GWh), 삼성SDI는 7.0GWh로 각각 5위·6위에 올랐다. 연간 누적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이 삼성SDI를 처음으로 앞섰다.
SK이노베이션은 적극적인 증설 투자를 통해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배터리 사업을 확장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중국, 헝가리 등에서 갖추고 있는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삼성SDI는 그동안 보수적인 투자 스탠스를 유지해왔다. 현재 삼성 SDI는 국내 배터리사 중 유일하게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두고 있지 않다. 최근 삼성SDI이 미국 공장 증설을 예고하면서 분위기 반전이 예고된다.
손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부터 전기차 부품 역내 생산이 불가피함에 따라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지난 2분기 배터리 사업부가 흑자 전환에 성공한 시기에 적절하게 미국 진출 추진을 공식화했다.
삼성SDI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30.3% 증가한 3조3343억원을, 영업이익은 184.4% 증가한 2952억원이다. 시장 전망치인 2620억원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올 상반기 배터리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4.2%(2156억원)를 기록했다.
◆ LG엔솔 리콜 사태로 '각형 배터리' 주목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된 GM 볼트 전기차 리콜 사태로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배터리에 주력해왔다.
삼성SDI는 국내에서 유일한 각형 배터리 업체다. SK이노베이션은 각형 배터리 연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개발이 가능할지 타진해보는 단계다.
폭스바겐이 '파워데이'에서 각형 배터리 적용 확대를 선언한 이후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비용 축소 요구가 가시화됐으며, 원가절감이 가능한 원통형·각형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삼성SDI는 각형·원통형을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고객의 수요에 따라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신규 협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력한 미국 완성차 업체(OEM) 고객사로는 스텔란티스와 리비안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각형 전략을 취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북미향 배터리 물량 공급이 가시화될 경우 추가 증설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껏 보수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삼성SDI가 신규 수주 확대와 함께 새로운 증설 계획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지에 대해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