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에서 또래인 척 접근…성착취물 제작 협박해 보관
1·2심 징역 7년 → 대법 "제작과 소지 따로 처벌 안돼"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여중생에게 또래 남학생인 것처럼 가장해 성적인 대화를 유도한 뒤 성 착취물 제작을 협박하고 이를 전송받아 저장한 20대에 대해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죄와 소지죄 모두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배포 및 유사성행위·강제추행·음란물소지 혐의와 아동복지법위반법상 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A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군 대체복무 중이었던 A씨는 2019년 12월 익명으로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당시 13세였던 여중생 B양에게 접근했다. A씨는 또래 남학생인 척하며 B양에게 성적인 대화를 유도했고, B양이 이에 응하자 곧바로 '얼굴 사진과 대화내용을 다 캡쳐했는데 사이트랑 SNS에 올려도 되느냐'고 협박하면서 얼굴과 가슴, 성기가 노출된 사진 등을 찍어 전송하도록 했다. 또 음란행위를 시켜 동영상으로 찍어 휴대전화 메신저로 보내게 하고 이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A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튿날 또 다른 여중생 C양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성 착취물 제작을 요구했다. B양에 대한 범행보다 수법도 더 악랄해졌다. 자신이 요구하는 표정이나 자세 등에 따라 성기 등 신체 동영상을 찍게 하고 음란 행위를 시키는 등 총 150회의 성 착취물을 찍게 했다.
A씨는 B·C양을 포함한 또 다른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 착취물 276개를 보관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신상정보 공개 고지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 측은 1심 판단에 대해 "음란물 제작 행위는 필연적으로 음란물 소지 행위를 수반하므로 별개의 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징역 7년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징역 7년을 그대로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 지시에 따라 피해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영상을 촬영해 생성·저장함으로써 음란물제작 범행이 기수에 이르게 되므로 피고인이 영상 파일을 전송받는 행위는 이와 별개의 행위"라며 "피해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영상 파일을 저장함으로써 제작자 의도와 관계없이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A씨 측 주장을 일축했다.
반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행위에 소지행위가 수반되는 경우, 제작자에 대해 소지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정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거나 해당 규정의 기본 취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음란물을 제작한 자가 그 음란물을 소지하게 되는 경우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음란물 소지죄는 음란물 제작·배포죄에 흡수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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