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대처 없으면 ICBM으로 수위 높일 것"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가운데, 미 전문가들은 거듭되는 미온적 대응이 오히려 도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구체적 조치와 관련해선 과잉대응 대신 동맹 간 결속과 군사 준비태세를 강화하며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비공개 논의가 성명 발표도 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대응 수위에 대한 엇갈린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단거리 순항·탄도미사일 시험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북한에 추가 도발의 빌미를 줘선 안 된다는 고민이 담겼다.
북한이 지난 26일 공개한 신형전술유도탄 발사 장면. 2021.03.26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를 미국 등의 반응을 떠보려는 전술적 시도로 보고, 단호히 대처하지 않으면 더 높은 단계의 무기 시험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생화학방어 선임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VOA에 "김정은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지 시험해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만큼 미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발사 행위를 규탄하고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겨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김정은은 ICBM 발사로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프랑스와 영국, 노르웨이,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등 5개 유럽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30일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여러 나라가 북한의 발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명서 채택 등 대응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유엔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VOA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우리와 우리의 동맹국들은 북한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사를 지원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에 정부가 확보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미 태평양사령관 특별 보좌관을 역임한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국제사회의 미온적인 반응에 대해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유엔 안보리를 모두 시험해보는 중"이라며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지 않으면 이런 위반 행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대사는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순회의장국 결과 보고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대응 여부를 확인해 보려는 북한이 '처벌' 강도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잇따른 미사일 발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진행해 온 무기 기술 진전에 있다고 분석했다.
토머스 컨트리맨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 대행은 "북한의 모든 미사일 시험 발사와 시점을 모두 미국에 대한 모종의 메시지나 신호, 혹은 도전으로 보지 않는다"며 "수년간 이어진 북한 미사일 시험은 상당 부분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이라는 내적 논리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은 "이번 미사일의 사거리를 볼 때 한국과 일본에 위협"이라면서도 "미국과 한국은 과잉대응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한-일 동맹은 굳건하고 어떤 공격에도 강력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옳은 대처"이며 "말뿐이 아닌 군사 준비태세를 통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워싱턴에서는 북한이 집중적으로 시험해온 미사일 역량과 사거리가 모두 한국을 타격하는 데 최적화돼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 활동을 북미 간 문제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를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호도하지 말고 보다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는 모두 한국을 상대로 한 전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북한이 순항 미사일로 레이더를 무력화시킨 뒤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섞어 쏘기' 전략이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레이더가 없으면 요격미사일도 무용지물이 되는 만큼,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결합한 이중 능력은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약화시키고 북한의 타격을 더욱 정확하게 만든다"는 기술적 평가다.
한국 군은 당초 지난달 25일 발사된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450km로 파악했으나 북한 노동신문은 이 미사일이 600km를 날아갔다고 보도했다. 한국 전역이 타격 범위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한국도 유엔 안보리에 강력한 대응을 촉구해야 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이번 발사를 외면하고 바이든 대통령 등이 이를 무시하기 바랄 것"이라고 비판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한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무시할 여유가 없다"며 "아마도 일반적인 화제로 다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힐 전 차관보는 "그러나 한국이 이번 발사를 대북 (관여) 정책을 진전시키는 사건으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칫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을 제공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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