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채 위주 ESG 채권시장에 일반 기업들 속속 도전
현대차·SK하이닉스·LG화학, '빅 이슈어' 명단에 이름
삼성전자 자금조달 필요성 적지만 상징적 발행 가능성
[편집자]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의 약자) 경영은 더 이상 한 때의 트렌드가 아닙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환경파괴, 산업재해, 재난, 금융사고 등 부정적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이른바 착한기업에게 '글로벌 머니'가 몰려가고 있습니다. 잘 준비하지 못하면 위협이고 반대의 경우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국내외 ESG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는 대기획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ESG 경영을 응원합니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ESG 트렌드에 맞춰 바쁜 걸음을 옮기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ESG 채권 발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기업들은 ESG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생산시설의 효율화에 투자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은 저탄소 업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현대차는 내년까지 전기차 연구개발에 필요한 8000억원의 개발비 중 절반을 ESG 채권으로 조달한다.
전문가들은 ESG 채권 평가방법론이 성숙하고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확립됨에 따라 기업들의 ESG 채권 발행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발행규모면에서 최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그룹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아직까지 ESG 채권발행에 나서지 않은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동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ESG 채권(공사채 제외) 발행 종목과 규모 2021.03.12 sunup@newspim.com |
12일 뉴스핌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매달 ESG 채권 발행 규모를 분석한 결과, 올해부터 국내 일반기업의 ESG 회사채 발행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SG 채권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발행 목적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및 지속가능채권으로 분류된다. 조달된 자금은 발행 목적에 한정돼 사용돼야 한다.
ESG 채권 시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주택금융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예금보험공사 등이 발행하는 공사채가 주를 이뤘다. 간간이 금융기관들이 발행하는 정도였다. 2019년에 일부 정유·화학사가 녹색채권을 발행했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9월 롯데지주가 지속가능채권을 500억원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월에는 현대제철(5000억원), 현대오일뱅크(4500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500억원)이 ESG채권을 발행했다.
2월에도 현대차(4000억원), SK(3200억원), SK건설(3000억원), 롯데렌탈(1900억원), SK렌터카(980억원) 등 일반기업이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LG화학은 82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친환경 원료 사용 생산 공정 건설, 전기차 배터리 소재 증설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또한 소아마비 백신 품질관리 설비 증설, 산업재해 예방 시설 개선 및 교체,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한 금융지원 등에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3월 들어서도 열흘 간 17개 일반기업이 총 1조5300억원어치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ESG 채권이 일반 채권보다 더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보니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ESG 채권발행에 나서고 있다"며 "기관들 역시 ESG 물량을 채워야 해 버블이다 싶을 정도로 시장에서 소화가 잘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ESG 채권 발행도 이어지고 있다. 2019년 4월 LG화학이 15억6000억달러 규모의 달러·유로 표시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0억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당초 5억달러 수준을 계획했으나 전 세계 230여개 기관투자자가 주문이 쇄도하면서 10억달러로 발행규모를 늘렸다. SK하이닉스는 이 자금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 환경 조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ESG 경영 기조를 강화함에 따라 삼성전자가 ESG 채권 경쟁에 동참할지도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는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이 지난해 말 기준 122조원으로 채권 발행 자체를 하지 않아 왔다. ESG 경영에 있어 ESG 채권 발행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삼성전자가 굳이 채권을 발행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황병희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누구든 ESG 채권을 발행할 수는 있겠지만 삼성전자와 같이 자금조달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은 ESG 채권을 발행할 유인이 없다"며 "ESG 채권 형태가 아니더라도 RE100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ESG 경영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ESG 경영 흐름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삼성전자 역시 채권 발행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책임연구원은 "ESG 채권을 발행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고 ESG 점수에 도움이 되므로 삼성전자도 결국엔 ESG 채권을 발행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글로벌 1등 기업답게 삼성전자 역시 ESG 채권 발행의 타이밍과 방식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