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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필름 끊긴 뒤 남자와 모텔 간 미성년, 블랙아웃 아닌 심신상실"

기사입력 : 2021년02월21일 09:00

최종수정 : 2021년02월21일 09:00

1심 "피해자 심신상실" vs 2심 "알코올 블랙아웃"…'무죄'
대법 "단편적 모습만으로 알코올 블랙아웃 단정해선 안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과음으로 소위 '필름이 끊긴' 미성년자를 모텔로 데려갔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남성이 유죄 취지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은 피해자의 상태를 단순 '알코올 블랙아웃'으로 본 원심 판단을 뒤집고 '심신상실'에 의한 준강제추행죄를 인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32)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했다고 21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재판부는 "피해자가 '음주 후 필름이 끊겼다'고 진술한 경우 음주량과 음주 속도 등 사정들을 심리하지 않은 채 알코올 블랙아웃의 가능성을 쉽사리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알코올의 영향은 개인적 특성 및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피해자 스스로 걸을 수 있다거나 자신의 이름을 대답하는 등 행동이 가능했다는 점만을 들어 범행 당시 심신상실 등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피고인이 추행할 당시 술에 만취해 잠이 드는 등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연령 차이, 만나기 전까지의 상황, 모텔에 가게 된 경위 등을 비춰볼 때 피해자가 성적 관계를 맺는 것에 동의했다고 볼 정황은 확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런 제반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피해자가 블랙아웃이 발생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피해자가 동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이를 합리적 의심의 근거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필름 끊긴 뒤 낯선 남자와 모텔로…1심 "심신상실" vs 2심 "블랙아웃"

법원에 따르면 공무원 A(당시 28세) 씨는 지난 2017년 2월 24일 새벽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 B(당시 18세) 양을 우연히 만난 뒤 모텔로 데려가 입을 맞추고 가슴을 만지는 등 준강제추행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B 양은 전날인 23일 오후 11시경부터 자정까지 한 시간가량 남자친구인 김모 씨와 소주 2병을 마시는 등 평소 주량보다 넘게 술을 마셨다. 이후 이들은 빌딩 지하에 있는 노래연습장에 들어갔고, B 양은 새벽 1시경 화장실을 간다며 노래방에서 나왔다.

A 씨는 같은 날 새벽 1시 20분경 노래연습장이 있는 건물 옆 빌딩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B 양을 만났다. A 씨는 B 양과 2~3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같이 술을 마시기로 하고 B 양의 소지품을 찾기 위해 빌딩 2~5층 내 술집들을 둘러보다 힘들어하는 B 양을 데리고 모텔로 갔다.

비슷한 시각 '여자친구가 없어졌다'는 김 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B 양이 새벽 2시 40분경 범행 장소인 모텔로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모텔 인터폰을 통해 피해자 이름을 물어본 뒤 객실로 찾아갔다. 당시 B 양은 상의를 전부 벗고 하의는 치마만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A 씨는 모텔 객실에 들어가자마자 피해자와 함께 키스를 하고 가슴 부위를 만진 점은 인정했다. 다만 양치를 하고 샤워실을 나오니 B 양이 스스로 상의를 전부 벗고 치마만 입은 채 잠들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B 양의 자발적 의사가 있었고, 준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B 양이 A 씨와 함께 걸어다니며 빌딩 2~5층 가게들을 둘러본 것을 목격했다는 한 술집 종업원의 진술, B 양이 반듯하게 서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거나 인터폰으로 직접 자시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모텔 근무자들의 증언 등이 나왔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월 및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 씨가 B 양의 심신상실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고의로 준강제추행을 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파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범행 장소인 모텔 내외부 CCTV 사진 및 영상과 목격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B 양이 정신을 잃었다거나 심신상실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만한 장면은 없다고 봤다. B 양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행동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위 '블랙아웃' 상태였다는 판단이다.

◆ 대법 "단편적 모습만으로 알코올 블랙아웃 단정해선 안돼"

형법 제299조에 따르면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추행을 한 자'는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해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항거불능' 상태는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물리적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다.

즉,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경우 △술·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경우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정상적인 판단 능력과 대응·조절 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 등이었다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알코올 블랙아웃은 단기간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간 경우 인코딩 과정(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의 특정 기능)에 영향을 미쳐 행위자가 일정 시점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상태를 말한다.

대법은 음주 후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피해자가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인지기능이나 의식상태의 장애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반면 술에 취해 수면 상태에 빠지는 등 의식을 상실한 패싱아웃(passing out) 상태였다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 형성 능력이나 저항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해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는 취지에서 알코올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범행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더불어 피고인과 평소 관계, 만나게 된 경위, 피해자의 성에 대한 인식, 사건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반응 등 제반 사정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춰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에서라면 성적 관계를 맺거나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는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kintakunte8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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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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