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교육

속보

더보기

서울대 미화원 사망 1년…환풍기 없는 1평 휴게실 여전

기사입력 : 2020년08월09일 07:00

최종수정 : 2020년08월09일 07:00

전기세 아끼려 불 끄고 배식 준비...1평 휴게실엔 창문·환풍구 없어
"죽음 이후 바뀐 것 없다" 코로나 직격탄에 거리에 내몰린 근로자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해 8월 9일 서울대학교 제2공학관 건물에서 근무하던 미화원 A(67) 씨가 교도소 독방 1.9평보다 작은 1.06평 휴게실에서 사망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미화원을 비롯해 학생식당·매점·카페 등 근로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평 남짓한, 환풍 시설이 없어 냄새가 가득한 휴게실 아닌 '휴게실'은 여전했고, 그곳에서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근로자가 있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일부 학생식당 등이 문을 닫게 되자 근로자들은 억지로 유급휴가를 가고 있다.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은 파산 직전이지만 서울대는 묵묵부답이다. 미화원이 사망한지 1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서울대 근로자들은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전기세 아끼라며"…불끄고 일하는 식당 근로자들 설움

지난 6일 오전 11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 내 위치한 학생회관 식당 불은 꺼져 있었다. 배식이 시작되기 불과 30분 전이지만 밖에서 보면 영락없이 문을 닫은 식당처럼 보였다. 그러나 안에서는 배식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근로자들이 있었다.

이들이 불을 켜지 않은 이유는 전기료를 절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학생식당 근로자들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노조)는 학교와의 발전협의회에서 적자인 학생식당을 위해 전기료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되돌아온 답은 "전기를 아껴라"였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한 서울대 관계자는 "(직접) 학생회관 식당을 10시 30분쯤 돌아봤다"며 "아직 오픈을 안했지만 조명은 환하게 켜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기요금 납부를 못할 정도로 어려우면 직원들도 다 힘든 것을 알고 전기를 아끼려고 해야 한다"며 "직원들 교육을 시키셔야 할 듯하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식당 근로자들은 불을 끈 채 배식 전·후 청소를 하고 있었다. 에어컨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한 식당 근로자는 "어려운 시국이니까 전기세를 아끼라고 하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지금같이 비가 많이 오면 습한데 덥기까지 하니까 살이 무르고 들러붙는다"고 호소했다.

◆ 1평 남짓 환풍기 없는 '휴게실'에서 어깨통증 호소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 내부를 지나 카페 구석에는 근로자를 위한 휴게실이 하나 있다. 문을 열면 알 수 없는 냄새와 습한 열기가 이들을 맞이한다. 창문은 고사하고 환풍기도 없다.

휴게실 전체 면적은 5평이 넘지만 창고와 겸해서 사용되기 때문에 정작 쉴 수 있는 공간은 1평 남짓이다. 벽면 이음새 곳곳에는 청테이프가 붙어 있다. 아래층에 위치한 보일러가 작동되며 내뿜는 가스, 바로 옆에 위치한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넘어오는 냄새를 막기 위해서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창문은 고사하고 환풍기도 없는 서울대 근로자들을 위한 휴게실에는 알 수 없는 냄새와 뜨거운 습기가 가득했다. 2020.08.07 hakjun@newspim.com

이곳에서 1991년부터 지금까지 부식 등 물품을 배달하고 있는 B씨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서울대의 산 증인"이라며 농담을 건네는 B씨는 임금 인상보다 근무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했다. 최소인원으로만 돌아가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무리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은 병을 달고 산다는 것이다.

B씨도 어깨통증을 호소했다. 최근 의사로부터 3개월 동안 주사를 8번 맞아야 하지만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B씨는 "여직원들 중에서도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꽤 있다"며 "내가 이정도인데 식당 쪽은 더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B씨는 휴게실에 대해 "A씨 사망 사건 이후로 휴게실이 바뀐 건 없고, 내가 여기 온 이후로도 바뀐 건 없다"고 했다. 이어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기 때문에 휴게실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은 사실 많지 않다"면서도 "말 그대로 휴게공간 역할을 못 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대 카페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휴게실 중 하나. 허리를 굽혀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2020.08.07 hakjun@newspim.com

서울대 동원관에 위치한 느티나무 카페 근로자들이 사용하는 휴게공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계단 밑에 위치한 휴게실은 휴게실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의자, 박스 등 각종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사실상 이들에게 허용된 것은 허리를 굽혀야만 들어갈 수 있는 기역자 모양의 좁은 통로와 의자 하나, 스탠드 불빛뿐이었다.

수형자 1인당 최소 수용 면적 2.58평 절반도 안 되고, 교도소 독방 1.9평보다 작은 휴게실에서 사망한 A씨 사건은 서울대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세상에 알렸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국정감사에서도 A씨 죽음은 주요 현안 중 하나였다.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었던 여영국 전 정의당 의원은 서울대 미화원 휴게실 146곳 중 33곳에 냉·난방 시설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서울대는 고용노동부 권고사항을 반영해 올해 2월까지 휴게실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 코로나 직격탄...식당 등 문닫아 거리 내몰릴 위기

근로자들이 이렇게 일하며 받는 기본급은 5호봉 기준 약 194만원이다. 특별 수당은 배우자 4만원, 자녀 1명당 2만원이 전부다. 시간 외 수당이 있지만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시간 외 근무는 시키지 않고 최소인원으로만 운영된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학생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일부 학생식당 및 카페 등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결국 근로자들은 3월부터 순차적으로 기본급 70%만 받는 유급휴가를 시작했다. 사정이 더 어려워지면서 억지로 연차를 소진하며 버티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대 302동에 설치된 A씨를 위한 추모공간. 2020.08.07 hakjun@newspim.com [사진=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서울대 학생식당 등을 운영하는 생협은 올해 상반기만 9억원의 적자를 봤다. 2학기도 비대면 수업이 많아질 경우 사실상 파산 위기다. 이에 학생들과 노조는 서울대가 직접 학생식당 등을 운영하는 '직영화'를 촉구하고 있다. 학생식당 운영은 학내 복지이기 때문에 학교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인 '2020 서울대학교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등 학생·시민단체는 A씨가 사망한 302동과 학생회관에 추모공간을 설치하고 10일까지 추모주간을 진행한다.

 

hakj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李대통령, 오광수 민정수석 사의 수용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전날 밤 사의를 표명한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오광수 민정수석이 어젯밤 이재명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사진=대통령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두루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발맞춰 가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차명 부동산과 차명 계좌 의혹으로 오 수석이 물러난 만큼 차기 민정수석 검증 기준에 청렴함 등이 포함될 것이야는 질문에 "일단 저희가 가지고 있는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분이 가장 우선적인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게 첫 번째 사명"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오 수석 건을 계기로 인사 검증 기준이라 원칙이 마련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이 대통령이 여러 번 표방했던 것처럼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실용적이면서 능력 위주의 인사가 첫 번째 가장 먼저 포방될 원칙"이라며 "그리고 여러 가지 우리 국민들이 요청하고 있는 바에 대한 다방면적인 검토는 있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medialyt@newspim.com 2025-06-13 09:43
사진
조은석 내란특검 "사초 쓰는 자세로"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른바 '3대 특검(특별검사)' 중 내란 특검을 맡게 된 조은석(60·사법연수원 19기)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이 13일 "수사에 진력해 온 경찰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 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검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이날 "수사팀 구성과 업무공간이 준비되면 설명해 드릴 기회를 갖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조 특검은 현재 퇴직 후 별도 근무 중인 변호사 사무실이 없고 재택근무 중이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전남 장성 출신인 조 특검은 광주 광덕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대검 공판송무과장, 대검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검사,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14년 대검 형사부장 시절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청주지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낸 뒤 문재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역임한 뒤 검찰을 떠났다. 2011~2025년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낸 조 특검은 임기 중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거는 등 윤석열정부와 대립하기도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저녁 내란 특검에 조 특검, 김건희 특검에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해병 특검에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각각 지명했다. 조 특검과 민 특검은 더불어민주당 추천, 이 특검은 조국혁신당 추천이다. 각 특검은 최장 20일간 준비기간을 거치게 되며, 내달 초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특검은 최대 60명, 김건희 특검은 40명, 채해병 특검은 2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예정이다. hyun9@newspim.com 2025-06-13 07:4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