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15일 "유불리 따지지 않고 결단 내리겠다"
이낙연 출마 가시화되자 유력 후보들 '출마 리스크' 놓고 고심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경쟁이 점차 예열되고 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의 당권 도전이 가시화되면서 유력 출마자들은 유불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이다.
전당대회가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물밑 경쟁은 이미 본격화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5선 고지에 오른 송영길 의원을 비롯해 4선 우원식·홍영표 의원 등이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전대 구도가 구체화되진 않은 상황이다. 당내 최대 관심사인 이낙연 위원장이 출마 여부를 확정짓지 않은 탓이다. '이낙연 대망론'이 팽배한 가운데 정치권 눈은 온통 이 위원장 입에 쏠려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간담회에서 이낙연 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0.05.06 kilroy023@newspim.com |
이 위원장은 일단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위원장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출마)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마뜩치 않다"며 "무엇이 더 옳은지, 무엇이 더 책임있는 행동인지 등 고민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정을 너무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으니 빨리 정리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머잖아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위원장은 15일에도 오찬에서 만난 초·재선 당선인들에게 전당대회와 관련한 의견을 구했다.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진 의원은 "강력하면서도 경험있고 통솔력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이 위원장이) 본인 대권가도를 두고 같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위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당대표에 선출되더라도 임기는 7개월에 그친다.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까진 당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 4선 중진 의원은 기자와 만나 "7개월짜리 임시직 등 이 위원장 본인은 이런저런 고민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세력 규합을 위해서라도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 정치력이 있다면 출마할 것"이라고 봤다.
한 초선 의원 역시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출마 전 당권을 잡고 가지 않았나. 대선에 뜻이 있다면 당대표는 거치고 가야한다"며 이 위원장의 출마를 점쳤다.
이 위원장의 출마가 가시화되면서 경쟁 후보들 역시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낙연 대망론이 우세한 분위기 속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오는 8월 전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후반기 당대표는 사실상 22대 국회 공천권을 쥐게 되는 만큼 전반기보다 훨씬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다"며 "전반기 전대를 포기하고 물러나도 크게 손해볼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과 승부를 겨뤄 '낙선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다, 차기 전대를 노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이낙연 정부'가 열릴 것이란 전제 하에, 이번 전대에서 한 발 물러난 뒤 이 위원장의 지지를 받아 21대 국회 임기 후반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실리적이라는 셈법도 작용했다.
이 위원장 출마 여부를 두고 '눈치싸움'이 이어지자 일각에선 쓴소리도 나온다.
한 의원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 위원장 출마 여부에 따라 전대를 나가냐, 안 나가냐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당대표감은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 모두 오래 전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칼을 뽑았다면 휘둘러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초선 의원 역시 기자와 만나 "이 위원장 결단에 따라 출마 여부를 결정짓는 게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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