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투표 보조용구 없는 투표소
후보자 자료는 이미지 파일로만 제공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시각장애인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점자투표 보조용구' 비치 등 투표 편의를 제공하고 정보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3일 인권위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A씨는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관외 사전투표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해당 투표소에는 시각장애인용 점자투표 보조용구가 비치돼 있지 않았고,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어렵게 요청해 받은 보조용구에는 후보자 이름과 정당명이 표기돼 있지 않았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결국 자신이 제대로 기표한 것이 맞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던 A씨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가 제공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관외 사전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다른 시각장애인 B씨도 2018년 6월 선거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재된 후보자 관련 자료가 이미지 파일로만 돼 있어 시각장애인용 화면낭독프로그램으로는 읽어볼 수 없었다"며 "이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측은 "후보자 관련 자료는 정당과 후보자가 제출한 선거공보 등을 편집 없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는 임의 서비스로 법적 근거 없이 정당과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를 재편집하거나 텍스트 형태로 가공하여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점자투표 보조용구에 대해서는 "관외사전투표는 선거인의 주소지를 미리 특정할 수 없어 선거인의 투표용지 유형에 맞는 점자형 투표보조용구를 전국에 비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과 비교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 후보자가 선거공보물을 중앙선관위에 제출할 때 텍스트 형식의 파일로 제출하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현실적으로 전국에 점자형 투표보조용구를 비치하기 어렵다는 주장의 합리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중앙선관위원장에게 시각장애인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와 정책·공약 알리미에 있는 공직선거 후보자 등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전국 어디서든 사전투표소에서 관외사전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점자투표 보조용구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함께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선거권은 헌법상의 국민주권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 권리인 만큼 시각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장애를 고려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