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성균관대·중앙대 등 수백명 수용 기숙사 준비
실제 입주 수십명…"국내 빠른 확산으로 상황 역전"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퍼지자 중국인 유학생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대학교에서 중국인 유학생만을 위한 별도 기숙시설을 마련했지만 실제 입주율은 예상치를 크게 밑돈다. 코로나19 최초 발병 국가인 중국에서 한국행을 꺼리는 최근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26일 서울 주요 대학교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을 위해 준비한 기숙사 실제 입주율은 30%도 못 미친다. 각 대학교는 중국인 유학생을 별도로 관리하려고 기숙사를 마련했다. 기존 기숙사 전체 또는 일부를 중국인 유학생에게 제공키로 한 것. 정부가 중국인 유학생을 14일 동안 자율 격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중국인 유학생만 3800여명에 달하는 경희대는 4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준비했다. 기숙사는 1인 1실이며 2주 동안 도시락과 생활 필수품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날까지 입주한 중국인 유학생은 50명에 불과하다. 입주율은 11%에 그친다.
경희대 다음으로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성균관대와 중앙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성균관대 중국인 유학생은 3300명이다. 성균관대는 중국인 유학생을 수용하려고 기숙사 400실을 따로 준비했다. 현재까지 기숙사에 입주한다고 신청한 중국인 유학생은 100명에 불과하다. 100명이 전부 기숙사에 들어와도 입주율은 25%에 머문다.
중국인 유학생이 약 3200명인 중앙대도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마련했다. 지난 25일까지 입주한 중국인 유학생은 50명대에 그친다. 중앙대는 최종적으로 100명 안팎의 중국인 유학생이 기숙사에 입주한다고 내다봤다.
기숙사에 입주한다는 중국인 유학생이 급감하자 아예 기존 계획을 변경한 대학교도 있다. 건국대는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1동 전체를 중국인 유학생에게 줄 계획이었다. 건국대는 이 계획을 변경해서 3개 층만 중국인 유학생에게 주기로 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500명 수용을 목표로 사전 수요 조사를 했다"며 "사전 수요 조사 때보다 실제로 입주한다는 중국인 유학생이 더 줄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유학생의 기숙사 입주율이 저조한 배경에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데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만 봤을 때 한국이나 중국이 엇비슷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지난 6일 23명에서 불과 20일 만에 1146명(26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상황이 이렇자 코로나19 최초 발병국인 중국이 되레 한국인의 입국을 통제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탑승객 전원을 근처 호텔에 격리했다. 랴오닝성 선양시와 지린성 옌지시도 한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승객에 대해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호텔이나 자택으로 이동시켜 14일간 격리시켰다.
K대학교 관계자는 "불과 몇 주만에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며 "한국보다 중국이 더 안전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2주 동안 격리당하면서까지 중국인 유학생이 기숙사에 들어오겠냐"고 반문했다.
C대학교 관계자 또한 "2주간 자율 보호이지만 사실상 생활이 제한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으로 가는 게) 찜찜하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지금과 같으면 중국인 유학생 기숙사 시설은 상당 부분 공실이 날 것"이라고 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