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공포에 춘제 연휴를 끝내고 3일(현지시간) 개장한 중국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3000개 이상의 종목이 개장 후 몇 분 만에 일일 제한 낙폭을 채우며 하한가를 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급격한 매도세를 예상하고 개장 몇 시간 전부터 컴퓨터 앞에 앉았으나 매도세가 워낙 급격해 제 때 탈출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주가지수 3일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 상장 종목 4000여개 중 제약주 등 162개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락했으며, 이 중 90%가 일일 제한폭까지 떨어져 하한가를 기록했다.
연장된 춘제 연휴 기간 동안 신종 코로나 여파에 따른 매도 압력이 쌓여온 만큼 이날 개장하는 중국증시가 급락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지만 이날 폭락세는 예상을 뛰어넘는 '블랙 먼데이'를 연출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7.7% 폭락한 2746.6포인트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시가총액 3930억달러(약 469조4385억원)가 증발했다. 중국증시의 블루칩 지수인 CSI300 지수는 9.1% 폭락하며 15년여 만에 최대폭 하락했다.
이날 하한가를 친 종목이 90%에 달하는 만큼 일일 제한폭에 걸려 실현되지 못한 매도세가 향후 수일에 걸쳐 분산돼 지속될 전망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의 펀드매니저 브루스 유는 "지난주에 이미 이날 증시 개장 후 어떤 종목을 얼마나 많이 팔지 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매도세가 워낙 급격해 계획을 다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며 "내일 다시 매도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본토 트레이더들은 상당수가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해 인력 부족으로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상하이는 춘제 연휴를 이번 주말까지로 연장했고 베이징은 주민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춘제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첫날인 오늘 급격한 매도세를 예상한 중국 당국은 투자자들에게 신종 코로나에 따른 여파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뮤추얼 펀드 운용사들을 상대로 주식 매도를 금지시켰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CSRC가 2일 밤 뮤추얼 펀드 운용사들에 투자자들에게 상환해야하는 등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지 말라고 창구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펀드매니저들이 이날 중국 증시 마감 후 투자자들의 주식 상환 물결을 막기 위해 전화통을 붙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베이징 소재 루이센캐피탈매니지먼트의 펀드매니저인 쟝량칭은 "투자자들이 대거 개인 펀드나 뮤추얼 펀드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 상환에 나설까봐 걱정"이라며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이날 아예 거래를 포기했다. 상하이 소재 뱁타이즈드캐피탈 부사장인 인밍은 "개장 때 증시 움직임을 보고 거래를 접고 집에 갔다"며 "오늘 상황이 상당히 안 좋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같은 폭락장에서 무얼 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일부 매니저들은 중국 정부의 과감한 조치에 기대를 걸고 증시 폭락을 기회 삼아 매수에 나서는 전략을 쓰기도 했다. 실제로 상하이와 홍콩의 증권거래소 간 교차 주식 거래 제도인 후강통을 통해 투자자들은 26억달러(약 3조1044억원) 어치의 본토 주식을 매수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 채권(역레포)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하면서 머니마켓에 1조2000억위안(약 204조276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2004년 이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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