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피고인 연락안돼 공시송달 결정…징역형 선고
대법 "잘못된 번호로 연락…출석기회 안준 잘못 있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제대로 된 피고인의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하는 조치 없이 단순히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피고인 없이 선고된 판결은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 위반으로 기소된 강모(38)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은 "원심은 공시송달 결정을 하기 전 피고인의 변경된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을 해봤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사무소·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했다"며 "곧바로 공시송달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원심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과 제365조를 위반해 피고인에게 출석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고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63조에 따르면 피고인의 주거나 사무소·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는 법원 게시판 등에 게재해 송달이 된 것으로 보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공시송달이 가능하다. 또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차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 출석 없이도 판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법은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충분한 연락 시도 없이 공시송달을 결정하고 판결을 내린 것은 해당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앞서 강 씨는 지난 2016년 9월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한 도로에서 무면허 및 음주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당시 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8%으로 면허 취소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강 씨는 피해자 A씨의 차량 손괴 및 A씨와 동승자 B씨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강 씨에 대한 송달불능 보고서가 접수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강 씨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강 씨 없이 재판을 진행하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강 씨는 공소장을 송달받지 못해 자신이 재판에 넘겨진 사실조차 모르다가 뒤늦게 1심 선고 사실을 알고 항소권 회복청구를 했다. 법원은 강 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 내 항소하지 못했다고 판단, 항소권 회복결정을 내렸다.
항소장을 접수받은 2심 법원은 강 씨 주소로 소송기록 접수통지서 등을 발송했으나 또다시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은 강 씨의 변경된 주소로도 우편송달 및 집행관송달을 실시했으나 모두 송달불능되자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다만 법원은 이 과정에서 잘못된 강 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한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을 뿐, 제대로 된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을 해보지 않았다. 이어 강 씨가 1·2차 공판기일에 나오지 않자 형사소송법 제365조 제2항에 따라 그대로 재판을 진행했다.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강 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이후 강 씨는 2심 선고 사실을 알고 상고권 회복청구를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