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업체 통화 후 2개월 뒤 항소 제기
시작점, 인지한 때 vs 판결문 첫 열람·등사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특별한 사정으로 기간 내 항소하지 못한 당사자가 이후에도 소송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추완항소'의 기한은 연락 등을 통해 사건을 단순히 인지한 때가 아닌 판결문을 처음 열람·등사한 시점을 기준으로 2주 이내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삼양 씨 푸드 주식회사가 지모(59) 씨를 상대로 제기해 승소한 물품대금 소송의 추완항소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추완항소란 법적 분쟁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법정기간 내 항소나 상고를 하지 못할 경우 그 사유가 없어진 후 2주일 내 소송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절차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2018년 12월 24일 처음으로 1심 판결 등본을 발급받은 사실이 현저하다"며 "그 이전에 기록을 열람하거나 1심 판결문을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1심 판결 등본을 발급받은 이후에야 1심 판결이 공시송달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후 항소기간이 경과하기 전인 2018년 12월 31일 추완항소를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또 "피고에게는 남편이 자신의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한 후 발생한 물품대금 채무에 대해 선고된 다른 몇 건의 판결들이 있기도 했다"며 "사정이 이와 같다면 채권추심회사의 통화만으로 해당 사건 1심 소송 경위에 대해 알아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항소함에 있어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소멸된 때로부터 2주일이 경과한 이후 (추완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에는 소송행위 추후 보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삼양 씨 푸드 주식회사는 2006년 6월 지 씨에게 수산물 등을 팔고 받아야 하는 매매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소장부본 등 소송서류가 피고에게 송달되지 않자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1심은 2009년 5월 27일 지 씨가 씨 푸드에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 판결 정본 역시 공시송달 방법으로 피고에게 송달했다.
이후 씨 푸드 측으로부터 물품대금 채권 추심을 의뢰받은 신용정보회사는 2018년 10월 31일 지 씨에게 전화해 "1심 판결에 대한 채권추심을 한다"며 "법적 조치를 취하면 불이익이 있으니 법원에 가서 알아보라"고 전했다.
지 씨는 1심 법원을 통해 확인 과정을 거친 끝에 같은 해 12월 24일 1심 판결 등본을 발급받았고 같은 달 31일 추완항소를 제기했다.
2심은 "피고는 2018년 10월 31일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1심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알았고, 그 경위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다"며 "인지 시점으로부터 2개월이 경과한 12월 31일 추완항소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정기간을 준수하는 데 있어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없어진 후 2주 내'라는 항소 기간이 도과했다"며 "피고의 항소는 부적합하므로 이를 각하한다"고 밝혔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본안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대법은 원심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