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상대 계약금반환소송 원고 패소 취지 파기환송
1·2심 판결 뒤집혀…"각서에 '이의제기 안한다' 문구"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지역주택조합 가입 계약시 '사업계획 변경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취지 문구가 있는 각서가 존재한다면 실제 사업계획이 변경돼 계약과 다른 동·호수를 배정받게 됐더라도 계약을 파기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경기도 한 지역주택조합 가입자 A씨 등 23명이 해당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계약금 반환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4년 해당 조합과 이듬해 2월 아파트 신축을 목적으로 해당 계약을 체결하고 각각 수백만 원대 계약금을 지급했다. 이들은 이 계약을 토대로 해당 아파트의 106동과 107동에 속한 지정 호수를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 아파트는 당초 1121세대 규모로 건축이 예정됐으나 부지 일부가 확보되지 않아 2016년 1월 1014세대만 신축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됐다. 이에 원고들이 분양받기로 했던 106동과 107동 신축은 무산됐다. 조합 측은 원고들에게 다른 동·호수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으나 A씨 등 원고들은 조합가입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계약금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측 손을 들어 계약을 파기하고 이들이 지급한 계약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1심은 "이 사건 계약은 지정호수를 분양받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라며 "피고가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는 등 이 사건 지정 호수 분양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것은 피고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조합 측은 이 사건 아파트 단지 배치도를 제시하고 분양면적뿐 아니라 분양 아파트 층에 따라서도 다른 분양가격을 정해 조합원을 모집했고 조합가입신청서에는 지정호수가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 기재가 없다"며 "같은 단지 내 같은 면적 아파트라도 동과 향, 층 등에 따라 수요자 선호도가 크게 차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은 계약 당시 A씨 등 원고들이 작성한 각서를 근거로 들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통상 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 승낙을 얻고 그 이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추가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2014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가입계약 내용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 권리·의무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초과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가입계약 불이행으로 보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대부분 원고들이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 제출한 각서에 '향후 사업계획 승인시 사업계획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고 기재돼 있다"며 "이 사건 계약이 위반이라거나 원고에 대한 피고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