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 '광장의 정치' 대신 '국회의 시간' 강조
사법개혁 패스트트랙, 29일 본회의 이관될 듯
거리 누비던 한국당, 마땅한 대항카드 없어 고심
[서울=뉴스핌] 김선엽 김승현 기자 = "국회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의장 권한을 행사해 사법 개혁안을 신속히 상정할 생각이다."(지난 7일 문희상 국회의장)
사법개혁 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처리와 관련해 국회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신속한 처리를 이끌 뜻을 내비쳤다.
문 의장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법개혁 법안이 이달 말 국회 본회의로 이관됐다고 보고 조기에 본회의에 상정할 의사를 내비쳤다. '거리의 정치'가 범람하는 것이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해서라는 판단에서다.
자유한국당으로선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열차를 멈추게 할 카드가 없는 탓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2019.09.30 leehs@newspim.com |
◆ 문희상 의장, 오는 29일 이후 본회의 상정 예고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당초 해당 상임위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상정됐으나 지난 8월 말로 사개특위가 해산하면서 법사위로 자동 이관됐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법안은 최장 180일의 상임위 심사, 최장 90일의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넘겨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법안이 법사위로 넘어온 이상 체계·자구심사 기간 90일을 생략하고 10월 29일부터 본회의에 곧바로 부의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당초 상임위 심사 마감일은 10월 26일이지만 26일은 토요일이어서 그 다음 주 월요일인 10월 28일을 심사 기한으로 본다.
반면 한국당은 검찰개혁 법안이 사개특위에서 논의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만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간 90일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부 법률 자문을 받은 문 의장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인데, 국회법 취지를 고려할 때 민주당 해석이 타당하다는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사법개혁 법안이 10월 29일 이후 열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돼, 문 의장이 언제든지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문 의장의 결단이 한국당에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지렛대로 한국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당대표가 참석하는 정치협상회의와 여야 3당 원내대표 중심의 '3+3' 회의 등을 통해 협상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9.16 leehs@newspim.com |
◆ 민주당 "여야 4당, 선거법 개정안·사법개혁안 동시 처리 합의 원칙엔 변함 없어"
박찬대 민주당 대변인은 "정개특위안과 사개특위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냐는 부담을 피해야 한다"며 "뭐든지 원칙은 한국당의 참여를 기초로 한 합의가 대전제"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법 해석은 문 의장의 고유권한인 탓에 패스트트랙 열차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한국당의 한 법사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 내에서 좀 더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한다.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규정인데, 민주당 측은 사개특위가 법사위 역할을 한 것이기 때문에 법사위 90일 보장이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법의 불비(준비되지 않았다는 의미) 이야기도 나온다. 논의를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법개혁 법안과 달리 선거법 개정안은 내달 말이 돼야 본회의에 부의된다.
당초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사법개혁 법안을 같은 날 본회의에 상정하고 선거법 먼저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두 법안 모두 본회의 의결을 위해서는 나머지 정당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 의장이나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여서는 본회의 통과를 자신하기 어렵다.
박 대변인은 "한국당 제외한 여야 4당이 (동시 처리를) 합의했고 그 원칙 자체는 변함이 없다"며 "본회의에 부의되는 시간 순서가 한 달 격차가 있어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