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소재 이상에서 나아가지 못한 상상력과 연출
[대구=뉴스핌] 황수정 기자 = 소설가는 매우 흥미로운 소재다. 직업 자체로도 그렇거니와, 작가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풀어놓을 수 있기에 이미 여러 콘텐츠에서 애용되고 있다. 많이 접한 만큼 더 기발한 상상력, 짜임새 있는 구성, 유의미한 메시지 등 차별점이 있어야 하건만, 뮤지컬 '톰아저씨'는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제13회 DIMF 창작지원작 '톰아저씨' 공연 장면 [사진=딤프 사무국] |
뮤지컬 '톰아저씨'(연출 강유미, 작/곡 이용규)는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창작지원작 중 하나다. 1982년 영국 케임브리지를 배경으로, 소설가 지망생 캐빈이 위층에 사는 은퇴한 샐러리맨 톰의 소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후 이야기를 그린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단 한 대의 피아노만으로도 극의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실 작품은 대학로 어느 공연장에서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을 자아낸다. 소설가가 다른 사람의 작품을 훔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이후 차기작을 내지 못해 방황한다는 설정이 그렇다. 다만 '톰 아저씨'는 죽은 줄 알았던 작품의 주인이 다시 돌아와 또다른 소설을 건네며 거래를 제안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제13회 DIMF 창작지원작 '톰아저씨' 공연 장면 [사진=딤프 사무국] |
흥미로운 설정과 달리 공연의 전개 방식이 아쉽다. 작품의 차별성을 구축했어야 할 극의 후반부가 오히려 더 느슨하다. 과거와 현재를 너무 자주 오가고, 캐릭터가 복잡하게 얽히기만 할뿐 명쾌하게 드러나는 것이 없다. 무엇보다 모든 상황을 만들어낸 '톰'의 행동 자체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해명되지 않는, 혹은 못한 상황들이 반복되고 이어지면서 스토리마저 미스터리로 빠져버린다.
각 캐릭터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반전을 거듭하다보니 개연성도 떨어진다. 그저 극적 재미를 위해, 반전 자체가 목적인 듯한 전개에 극의 몰입과 이해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장면 전환을 위한 잦은 암전도 아쉽다. 극의 맥을 끊는데 한몫한다. 선택과 집중,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제13회 DIMF 창작지원작 '톰아저씨' 공연 장면 [사진=딤프 사무국] |
연출 강유미는 작품 코멘트에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모호함을 오가며 자신의 한계에 맞닥뜨리는 캐빈의 모습을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너무 많은 암시적 설정과 복선, 흐릿한 경계로 인해 작품 자체가 모호해져 버린 듯하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