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잠재 능력 완전 포기는 북한에게 무의미
차기 미 대선까지는 완전한 비핵화 응하지 않을 것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러시아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알려진 알렉산더 제빈(Alexander Zhebin) 러시아 극동연구소 북한센터장이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향후 교섭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단계적 핵군축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제빈 센터장은 27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프로세스는 기술적으로도 시간이 걸린다. 초점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다. 북한은 적어도 다음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알 때까지는 완전한 비핵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교섭을 이끌어낸 핵미사일의 잠재 능력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북한에게) 무의미하다”며 “핵군축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전진적인 자세를 보이면 현 단계에서는 미국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렉산더 제빈 러시아 극동연구소 북한센터장 [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캡처] |
북미정상회담을 이루어낸 것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없이는 제재 해제도 투자도 얻을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에 이루지 못했던 역사적인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북미정상회담이 러시아에도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러시아는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지역 정세의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며 “대북 제재가 해제되고 남북대화가 성공리에 진행돼 러시아도 참여하는 가스파이프라인과 철도, 전력사업이 실현되면 러시아는 아시아에서 새로운 경제적 연대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가스파이프라인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같은 일이 한반도에서 일어나지 말란 보증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실현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 러시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작다고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는 최종적으로 제재에 찬성한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측도 북러정상회담이 실현되면 의제에 오르게 될 대북 지원에 대해 지금과 같은 제재 하에서는 충분한 규모로 지원할 용의는 없다”며 “두 정상 모두 회담이 기대만큼 결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북한과 미국,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은 북한을 자국 안보 슬하에 두고 통제하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정학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 중국도 북한을 최대의 적인 미국에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이상적인 입장이다”라고 지적했다.
■ 알렉산더 제빈은 타스통신 기자와 외교관으로서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평양에 세 차례나 주재했다. 러시아에서는 북한 문제의 일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도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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