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망 공동사용 등 재난 대비책 마련
전문가들 “이통사 협력 시스템 부재, 대책 필요”
5G 상용화 위한 협력 필요, 동반자 의식 가져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지난달 24일, 서대문구, 마포구, 용산구 등 서울시 4분의 1 지역에 ‘통신재난’을 일으킨 KT 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한지 한달여가 지났습니다. 화재수습이 마무리된 가운데, KT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 피해 보상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KT아현국사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2차 합동감식을 위해 화재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2018.11.26 leehs@newspim.com |
사태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27일 500m 미만 통신구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등을 담은 ‘통신재난 방비 침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이 대책안에는 통신재난이 발생하면 이용자가 자신이 가입하지 않은 다른 이통사의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로밍과 와이파이망을 개방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아현화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결제장애로 생계를 위협받은 소상공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부분은 무선통신 장애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KT가 이동기지국을 급파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통사간의 협력 시스템 부재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5G로 시선을 옮기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집니다. 현 LTE보다 100배 이상 많은 디바이스가 연결되는 상황에서 특정 이통사의 통신망이 무너진다면 아현화재와는 비교가 어려운 혼란이 불가피합니다. 정부가 통신재난을 대비해 위급상황 시 경쟁사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은 5G를 염두에 둔 결정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간 국내 이통3사의 관계는 대립과 경쟁에 지나치게 치우친 경향이 짙습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이 5:3:2로 고착된 상황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한 출혈, 불법 경쟁이 만연했고 앞다둬 서로의 사업전략을 폄하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통신시장의 차별화가 제한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통3사의 적대적인 태도는 과하다. 동반자라는 느낌이 거의 없고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며 이런 분위기를 꼬집었습니다.
아현화재는 우리가 그동안 통신재난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하고 대책이 없었는지를 아프게 던진 사건임과 동시에 이통사간 협력 시스템 필요성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졌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정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자가 각종 위급사태에 대비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현실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통신재난 뿐 아니라 5G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통사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업별로 10조원에 달하는 투자비를 효율적으로 절약하는 것은 물론, 5G 전국망을 관리, 운영하기 위해서도 노하우를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5G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아현화재는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적이 아닌 동반자’라는 화두는 여전합니다. 내수 통신시장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만 했던 이통사들이 이제는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는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