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저축은행법 개정' 대신 '약관 신설' 강요
내달 2일부터 약관개정 통해 시행…'위헌적 꼼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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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금융감독원이 최고금리 인하 효과 극대화라는 명목으로 소급적용 의무화를 강제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회원사 저축은행들에 ‘법정최고금리 인하시 이를 기존 고객에게도 일괄 소급적용토록 하는’ 내용을 약관에 담도록 하는 시행령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법정최고금리 인하시 기존 차주에게도 금리부담 완화 효과가 발생하도록 저축은행 ‘여신거래기본약관’을 개정토록 한 것. 해당 시행령은 다음 달 2일부터 각 저축은행의 약관개정을 통해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일 이후부터 체결된 대출거래 고객은 법정금리가 내려가면 약관에 따라 자동으로 금리인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금리인하 효과 반영을 위한 약관 개정을 연내 완료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가도 기존 대출자에겐 소급적용이 안 돼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적근거가 없는데다 위헌소지 논란을 갖고 있는 소급적용을 약관에 담도록 한 것에 대해 금감원이 '위헌적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업계에선 약관개정 방식이 긴밀한 소통 없이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저축은행중앙회를 압박해 개별 저축은행들이 약관을 스스로 개정한 것처럼 포장했다는 것.
금감원이 이러한 방식을 취한 것은 소급적용을 강제할 경우 불러올 수 있는 위헌적 논란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소급적용을 내규에 넣도록 압박한 금감원의 조치는 관치금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중앙회와 함께 서민금융 경감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지, 개별 은행을 압박하는 등의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연내 완료하기로 한 약관개정을 금감원이 서둘러 추진한 배경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정무위 국감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행보에 나섰다고 본다. 국감 때마다 이슈화된 소급적용 공방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함이란 분석이다.
9월 2일 이후 체결된 대출거래 고객에게만 ‘소급적용’ 혜택이 적용되는 점도 문제다. 9월 2일 이전 대출거래 고객은 이번 약관 개정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는 금감원이 소급적용을 위해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이 아닌 ‘약관 신설’을 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최고금리 소급적용 일방 추진에 대해 업권은 사실상 ‘사형선고’에 가깝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특히 자본력이 있고 규모가 상당한 대형저축은행들과 달리 중소저축은행은 장기 사업계획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약관개정을 연내 완료하는 방향으로 발표한다고 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시행령을 중앙회로부터 통보받았다”며 “업권과 긴밀한 협의 없이 이를 갑자기 바꾸도록 압박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법정 최고금리는 올해 2월 27.9%에서 24%로 인하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임기 내에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국회에는 연 24%에서 연 19~20%로 내리자는 이자제한법이 이미 총 6건이나 제출돼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개별 저축은행들은 이번에 개정되는 약관에 따라 9월 2일 이후 대출자의 금리를 자동으로 인하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