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주차장확보율 ‘꼴찌’...최악의 주차난
정작 공영주차장은 렌터카로 북적
서울시 “위법사항”...양천구시설공단 “영업행위 없어”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주민 편익을 위해 만들어진 공영주차장에 렌터카 천지다. '공영'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렌터카 업체의 차량이 장기 점령하고 있지만, 관리당국은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정작 주차가 시급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공영주차장에 ‘하·허·호’ 번호판 투성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공영주차장은 출근시간이 되자 들어오고 나가는 차로 북적였다. 댈 곳이 마땅치 않아 주차장을 빙빙 도는 차가 눈에 쉽게 띄었다. 워낙 차가 많은 탓에 빈 공간을 발견하면 감사한 마음이 들 만했다.
그런데 빼곡히 주차된 차들의 번호판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같이 ‘하’ ‘허’ ‘호’로 시작한다. 다시 보니 주차장 내를 움직이는 차들도 대부분 ‘호’였다.
이 차들은 모두 모 대형 렌터카업체 차량이다. 주차장을 관리하는 양천구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이 곳에 주차된 렌터카는 원래 250대였다. 지금은 그나마 줄어 약 120대가 있다. 전체 주차공간이 1100여면인 것을 감안하면 10%가 넘는 셈이다.
주차공간 한 곳이 아쉬운 시민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시민이 이용해야할 공영주차장을 렌터카가 점령했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겨우 차를 댄 한 남성은 “대여섯 대면 몰라도 도시 한복판에 렌터카를 잔뜩 갖다 놓는 게 말이 되냐”고 언성을 높였다. 거주자나 방문자가 우선돼야할 주차장에 렌터카업체가 일부 공간을 통째로 전세 낸 꼴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공영주차장에 렌터카가 빼곡히 주차돼있다. 2018.07.31 [사진=박진범 기자] |
◆양천구 주차장확보율 서울서 최하위...빈 공간 한 곳이 아쉬워
양천구는 일명 ‘주차지옥’으로 악명이 높아 주민 불만이 크다. 선거 때마다 후보 대부분의 공약 1번이 주차난 해소일 정도다. 서울시 자치구별 주차장확보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양천구는 확보율 107.5%로 중랑구(107.2%)를 제외하고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였다.
양천구 주차장확보율은 상위권인 △중구(193.1%) △종로구(177.3%) △강남구(163.8%)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시 전체(130.1%)를 놓고 봐도 양천구에 주차공간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목동아파트 14단지에 거주하는 장헌영씨는 “지하주차장이 없는 7~14단지는 2중 3중 주차가 기본”이라며 “아침 출근할 때 차를 적어도 세대는 밀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말에는 아이스링크, 테니스장 이용객들로 거리 곳곳이 주차장인데 렌터카가 100대나 있다는 것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시 “위법사항” vs 구 “영업 아니라 괜찮아”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관할이 다른 탓이다. 시 관계자는 “목동공영주차장은 양천구 소관이지만 시 조례와 구 조례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알아봐야겠지만 민간 업체가 공영주차장을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해당 사항이 부적절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공영주차장은 엄연히 시간제 주차”라며 “렌터카업체는 영업신고를 하고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차고지를 이용해야하는데 장기간 이용자 없이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것은 위법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구 시설관리공단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업체와 정식계약을 맺었고 주차장 내에서 영업행위는 없었다”며 “주말 테니스시합 때 아니면 차댈 곳은 많다”고 해명했다.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