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로 급등하자 13.13% 지분 매각...시세차익만 128억 웃돌아
시장 충격에 따른 투자자 보호 노력 없어 '모럴해저드' 지적도
[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방탄소년단 테마주로 엮이며 급등하던 엘비세미콘이 이틀째 폭락세다. 이 시기 최대주주인 엘비와 특별관계인들은 엘비세미콘 지분 13.13%를 시장에 쏟아내면서 최소 128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관측된다.
<자료=대신증권 HTS> |
엘비세미콘은 지난달 30일 장 중 한때 8200원을 기록하는 등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던 주가는 지난 7일 5270원까지 떨어지며 일주일 새 무려 36% 폭락하며 돌변했다.
이 같은 변동성의 단초는 대주주 지분매각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최대주주 대량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최근 엘비를 비롯 특별관계자 15명은 엘비세미콘 지분 575만2665주를 장내매도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13.13%에 달한다.
엘비는 지난 2011년 12월 엘비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엘비세미콘 주식 442만6189주를 2490원에 시간외매매로 사들였다. 이어 2014년 7월 57만8527주를 평균단가 1930원에 장내매수하며 엘비세미콘의 최대주주로 뛰어올랐다.
엘비는 이번 매도 거래로 최소 36억5980만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엘비세미콘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엘비는 2차례에 걸쳐 총 70만주를 매도했다. 매도 단가는 각각 7550, 7159원이다.
<자료=금융감독원> |
가족 등 특별관계자의 이익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각각 1~2차례에 걸쳐 약 500만주를 매도했다. 매도 평균단가는 6831원이다. 대부분 엘비세미콘의 신규상장때부터 보유한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최소 91억6597만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대주주나 특별관계인의 대량 매도는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크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실적에 기반한 투자가 아니라 특정 테마 기대감에 단기 급등한 종목일수록 더 그렇다.
앞서 지난 5월21일 보락도 정기련 대표이사의 동생인 정희련 씨가 보유 지분 전량인 199만7700주(3.34%)를 매도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정기련 대표이사는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장인이다. 당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와병설이 전해지면서 4세 승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초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보유주식 156만2844주를 장내매도하자 다음날 10.5% 급락한 사례도 있다. 당시 문은상 대표는 "세금 납부를 위한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해명했지만 투자자들의 원성은 높았다.
현행법상 상장 직후 등 특정 상황에 적용되는 보호예수제도를 제외하고 대주주 지분 매도에 대한 제한은 없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대량 매도가 시장에 충격을 주고 투자자들이 알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분공시제도를 운영한다. 일명 '5%룰'로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의 보유 주식이 5% 이상이 될 경우 1% 이상 변동시마다 공시한다.
법적인 문제가 없어도 대주주가 주가 변동에 따른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은 이어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 처분 시 주가에 충격이 적도록 시간외거래나 블록딜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 정보 제공이 제한적이라 주가에 영향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엘비세미콘의 경우 유동주식수(거래량)이 적어 시간외매매가 어려울 것 같으니 장내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선 대량 매도가 수급상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엘비세미콘의 경우 기존 유통 주식이 전체 물량의 50%를 하회해 유동성이 부족했는데 이번 매도를 계기로 물량이 늘어나면서 거래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엘비세미콘의 경우 기존 대주주 보유 지분이 워낙 많아 일부를 매각해도 경영권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오히려 시장에 물량이 풀리면서 거래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엘비의 지배구조를 언급하면서 "향후 증자 등을 감안하면 회사 확대를 위해 일부 대주주 차익실현도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회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엘비와 엘비세미콘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