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KEB하나은행 대치역지점장
취미로 시작한 마라톤에서 조직, 팀워크, 영업을 얻어
[뉴스핌=강필성 기자] “마라톤과 영업은 맞닿아 있습니다. 인내심과 끈기, 오기가 필요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죠.”
김현숙 KEB하나은행 대치역지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마라톤광(狂)'이다.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10회 넘게 완주했고, 하프 마라톤(21.0975㎞)은 75회나 뛰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가 우락부락하고 다부질 것이라고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김 지점장은 왜소한 체구의 여성이다. 연약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제가 이래 보여도 허벅지는 굉장히 튼튼합니다. 당장이라도 하프 마라톤 정도는 완주할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했다.
◆ 혼자 빠르게보다 함께 더 멀리
마라톤과 영업이 맞닿아 있다는 그의 지론은 근거가 충분하다. 김 지점장은 30대에 지점장 자리에 오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지난 1993년 하나은행에 입사한 후 1995년 압구정지점에서 ‘우수PB상’을 받았고, 이어 2002년 반포서래지점장으로 발탁됐다. 지점장 부임 첫해에 종합경영평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2005년 서청담지점장으로 옮긴 후에는 최고 영예의 '종합경영평가대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2011년 ‘최우수상’, 2015년 ‘마케팅부문 혁신영웅’ 등 여러 상을 휩쓸었다. 이 과정에서 취미로 시작한 마라톤이 김 지점장에게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김현숙 KEB하나은행 대치역지점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마라톤 풀코스 42.195㎞는 함께 달리는 선수들과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자기 자신을 이겨야 하는 싸움입니다. 다른 선수는 이겨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가고 또 이끌어주며 따라가는 동료죠.”
마라톤에서 배운 문화는 대치지점에 고스란히 옮겨졌다. 지점의 아침 구호는 “달려”로 시작해서 “together, together RUN(함께, 함께 달려)”로 끝난다.
“혼자서는 빨리 가지만 함께라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팀워크 정신을 바탕으로 전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야 합니다. 이 때문에 매일 아침 직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하이파이브로 긍정의 기운을 주고받죠.”
처음에는 이 하이파이브 인사를 낯설어하던 직원들도 나중에는 재미있어하고 직원들끼리도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게 됐다고 한다. 김 지점장은 이 경험을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근무하는 지점마다 10㎞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게 한다. 그의 책장에는 당시 직원들과 함께했던 마라톤 대회 사진이 걸려 있다.
가족이 아픈 직원이 있으면 ‘완쾌 기원’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수능을 앞둔 자녀가 있을 때는 ‘수능 대박’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달렸다.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이른바 ‘기원 마라톤’이다. 이 때문에 김 지점장은 근무했던 지점 직원들과 갖는 모임이 두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고 한다. 함께 달렸던 끈끈한 팀워크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 지점장의 마라톤 사랑은 영업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줬다. 마라톤 슈즈를 판매하는 곳과 관계를 맺으며 고객으로 유치했고, 동호회에서 만나는 마라토너에게도 좋은 금융상담을 했다. 마라톤 대회 참가비를 결제하면 혜택을 주는 신용카드 상품을 만들도록 아이디어를 내 상을 받기도 했다.
“2011년에 대기업 재무담당 부장이 처음 하프 마라톤에 참가하며 우리 부부에게 페이스메이커를 요청해 함께 완주했는데 우리보다 좋은 기록으로 골인했어요. 마라톤 인연으로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좋은 관계가 됐습니다.”
◆ 여성의 섬세함이 경쟁력…“끊임없이 도전해야”
“여성 금융인 선배들은 하나같이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여자라서 힘들다, 여자라서 쉽지 않다가 아니라 부지런히 공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 특유의 장점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죠.”
김 지점장의 장점은 꼼꼼하게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섬세함이다. 그는 고객을 만나기 위해 업무시간에는 대부분 외근을 나간다.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그의 지론을 지탱해주는 체력이 마라톤에서 비롯됐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김 지점장은 포부를 묻자 “지금처럼 건강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조직생활에 최선을 다해 닮고 싶은 멘토로 후배들에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철인3종 경기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