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박근혜 뇌물 재판 3차 공판서 주진형 전 한화투증 사장 증인 신문
사장 재임 당시 파격 행보...부친 진보 경제학자인 진보성향 집안
청문회서 "재벌=조직폭력배"...특검서도 참고인 조사
[뉴스핌=이성웅 기자] 29일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혐의 공판에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처음으로 참석한다. 주 사장은 검찰 측 증인으로, 국정농단 사태 청문회에서 '사이다' 발언을 쏟아낸 인물이다.
주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재벌들은 기본적으로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같다"라고 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그의 앞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앉아있었다.
또 "한화와 삼성은 사이도 좋고 딜도 많이 하기 때문에 (합병에)부정적 보고서를 쓰지말라고 들었다"라며 "2차 보고서가 나간 뒤에는 삼성 관계자에게서 '구조본에서 격양돼 있다, (사장직에서) 물러나야 될 것 같다'는 식의 얘기를 들었다"라고 폭로했다.
또 주 전 사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기세가 꺾였던 특검팀은 주 전 사장 등을 비롯해 참고인 소환 조사를 통해 끝내 이 부회장을 구속시켰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주 전 사장은 지난 2013년 누적적자를 기록하던 한화투자증권을 살리라는 특명을 받고 사장직에 취임했다. 이 시기 주 전 사장은 증권사로선 이례적으로 증권 발행자가 아닌 투자자를 지향하는 파격 전략을 취해 '증권계의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얻었다.
증권사가 일반적으로 매수나 유지 의견의 보고서를 발행하는 것과 달리 주 전 사장은 연구원들에게 '매도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발행토록 했다. 해당 기업에서 압력이 들어오는 것을 감수하면서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또 주식매매수수료를 최대 48% 삭감하고, 고위험 상품군의 판매를 중단하는 등으로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을 얻기도 했다.
삼성 합병과 관련해선 지난 2015년 7월, 증권사들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주 전 사장은 이 건으로 그룹으로부터 내부 압력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2016년 2월 사장직 임기가 끝난 뒤엔 더불어민주당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맡으며 사실상 '경제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 이 같은 인사의 배경에는 주 전 사장 집안의 독특한 내력도 한몫했다.
부친인 고(故) 주종환 전 동국대 명예 재벌 경제의 폐해를 지적한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다. 형인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를 외쳤으며, 동생인 주은경씨도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원장을 맡고 있는 진보 성향 집안이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