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전국 곳곳에 신명나는 소리가 울린다. 바야흐로 축제가 무르익어가는 달이다. 겨울이 오기 전 막바지 뜨거운 흥을 뿜어낸다. 기쁨의 소리가 세상을 울리고 환호와 함성은 높은 하늘에 닿을 기세다. 흥겹게 발을 떼고 발걸음에 속도를 높여본다. 걸음걸음에 장단이 실린다. 이 달은 꽹과리 소리를 찾아 떠나본다.
꽹과리는 징보다 크기만 작을 뿐 같은 모양으로 쇠를 다루는 타악기다. 날카로운 악기를 잘 다루는 꽹과리 주자를 상쇠라 부르며 이들은 국악의 우두머리이자 지휘자 역할을 해낸다. ‘연희컴퍼니 유희’의 상쇠, 타악주자 이동근을 만났다.
꽹과리 명인 이광수 선생님의 제자로 어릴 적 민족음악원에서 첫 타악 공부를 시작한 젊은 인재다. 꽹과리 명인의 발자취를 좇으려 애쓴다는 그는 기존의 사설들을 음률에 얹어 부르는 형태의 비나리, 박자가 규격화되지 않은 비나리를 틀에 맞추어 만들어 발전시키는데 힘쓰려 한다.
“어릴 적부터 흥이 많았어요. 할아버지와 라디오를 틀고 춤도 추고 명절이나 가족들이 모일 때면 항상 노래를 했다고 합니다. 타악기는 그런 저에게 가장 어울리는 악기였던 것 같아요.”
흥 그리고 타악, 그 안에 중심을 잡는 꽹과리, 30살을 바라보는 20대 막바지의 이동근은 국립전통예술중학교, 고등학교의 타악과를 졸업했고, 중앙대학교 타악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업과 예술 활동을 병행하며 20대를 공연으로 꽉 채운 성실한 젊은 국악인이다.
“제가 생각하는 꽹과리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네요. 세상에 맑고 예쁜 소리가 많잖아요. 허나 예쁘고 안 예쁘고의 기준은 없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꽹과리 소리를 생각하면 시끄럽다고 편협하고 있는데 기계 소리 진동하는 공장에서라면 꽹과리 소리는 아주 맑게 들릴 거예요. 이처럼 사람은 처한 상황에 따라 판단해요. 꽹과리는 광풍이 몰아치듯, 가끔은 속삭이듯... 다양한 색깔을 가진 악기라고 봐요. 사물놀이 악기 중 음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건 꽹과리 소리죠. 이면을 가진 매력이 대단한 악기예요.”
연희팀 중 특히 연주자 이동근이 속해있는 이 ‘유희’팀은 다양한 창작 공연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인돌이라는 작품은 무언극으로 원시인 역할을 맡으며 관객과 함께 소통한다. 타악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박수부터 구음 등을 활용한다.
“기억에 남는 공연이라면, 유희컴퍼니와 유태평양이 기차 객실 안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열차 한 칸을 통으로 빌렸기에 뒤편에서 몰래 의상을 갈아입고, 비나리와 고인돌(구음사물놀이)을 공연했어요. 좁은 객실 안에서 하다 보니 큰 동선을 쓰지 못하잖아요. 구음을 하며 움직이는 작품인데 좌석 위에도 올라가고, 사람들을 만지기도 하며 공연했죠. 그 인연으로 금년 6월엔 Colours of Ostrava 라는 체코 음악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연주자 이동근이 속한 연희팀 유희는 국내 활동을 열심히 하며,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해외 진출에 힘 쓸 계획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연주곡 창작을 준비하고 있어요. 팀원들의 음악 색깔이 독특해서 재밌는 작업 예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노래를 다듬고 있습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음악을 하기 위해서 계속 학습하려해요.”
연신 두 눈을 빛내며 꽹과리와 자신의 팀 유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축제의 계절이다. 폭죽이 터진다. 그리고 그 안에 우리의 국악이 있다. 국악 안에는 꽹과리가 있다. 날카로운 쇠를 치며 앞으로 나간다. 선두에 선다. 이동근의 뒤를 따라 또 다른 어린 국악인들이 줄을 설 것이다. 이 풍물의 길엔 끝이 없을 것 같다.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울리고 또 울린다. 꼬리를 물며 그렇게 거대한 원을 그려간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