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제고, 주식발행등록제 시행 사전 포석 관측
[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 당국이 공시 의무를 위반한 A주 상장사 보위안인베스트먼트(ST博元·600656.SH, 이하 보위안)를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경영악화가 아닌 규정 위반을 이유로 A주 종목이 상장폐지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중국당국이 금융개혁에 고삐를 조이면서 부실 종목 퇴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며 사실상 한번 상장하면 폐지되지 않는다는 중국증시의 '대마불사'신화가 막을 내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상 첫 규정 위반으로 인한 상장폐지
중국 경제매체 증권일보는 상하이증권거래소가 21일 공시 의무 위반 및 거래관련 서류 변조 등의 이유로 지난 1990년 상장한 보위안을 증시에서 퇴출키로 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중국 증시의 '경고하돼 퇴출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며 “향후 경영상태가 부실하거나 위법사항이 있는 기업들의 상장폐지 리스크가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ST보위안은 지난해 3월 26일 공시의무 불이행, 거래 관련 서류 변조 등의 혐의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공안 당국에 기소된 바 있다. 이 종목의 거래는 지난해 5월 28일부터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상하이거래소는 이달 말부터 보위안의 상장 폐지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관련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5거래일 이내에 보위안의 A주 상장사 자격을 박탈하고, 주식도 전량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보위안 주식에 대한 마지막 거래가 오는 29일부터 최대 30일간 허용된다. 주가변동폭은 상하단 10%로 제한되며 종목명은 ST보위안에서 투이스보위안(退市博元)으로 바뀐다.
아울러 상하이 증권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보위안은 향후 중국 중소기업 전용 증시인 중소판(中小板)에 전환 상장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메인보드 종목이 상장 폐지될 경우 45일 이내에 차(次)하위 증시로의 전환 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상하이증권거래소 <사진=바이두(百度)> |
◆중국 금융선진화 개혁 과정에서 상장폐지 정례화
중국 증시 사상 규정 위반으로 인해 상장사가 시장에서 퇴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증권 당국은 지금까지 경영 실적이 악화된 상장사에 한해 특별관리 종목(ST)으로 지정 및 관리해 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경고 단계에 머물고, 좀처럼 퇴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실 상장사 양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에는 주식시장에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좀비 상장사를 인수, 당국의 IPO 심사를 피해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상장폐지를 정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시장 시스템 개혁을 통한 금융 선진화에 나서는 과정에서 부실 종목 퇴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향후 주식발행 등록제를 시행을 통해 기업들의 증시 상장 문턱을 낮추는 대신 정보공개, 상장폐지 정례화 등 사후관리의 강도를 높여 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식발행 등록제란 증시상장 절차를 기존의 심의제에서 등록제로 바꿔 기업들이 좀더 쉽게 주식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지난 12일 류스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주식시장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발행 등록제 시행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국 당국이 주식발행등록제 시행을 잠정 연기한 것은 시장이 아직 그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이번 상장폐지 조치는 주식발행 등록제 시행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당국이 부실기업 퇴출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투자자들이 상장폐지 리스크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