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 작가 <사진=김학선 기자> |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려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그동안 현역시절 국가와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은퇴자들의 남은 삶은 행복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들이 행복한 노후생활을 누리고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을 갖추어야 할 것이며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첫째,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돈을 잃는 것은 적은 부분을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잃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을 잃는 것은 인생의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돈이야 잃으면 또 벌면 되고, 한 번 잃은 명예도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재평가를 받으면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건강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모두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말들이다.
건강은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사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만약 건강을 해치게 된다면 경제적?물질적인 부담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도 정신적?육체적으로 커다란 부담을 지우게 된다. 특히, 중년으로 들어서면 건강의 쇠퇴기로 접어드는 만큼 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요한다.
둘째, 경제력의 안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년들의 로망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여생을 가족과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일 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경제력이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가족의 생계가 걱정이다. 이보다는 형편이 나은 경우에도 길어진 수명을 생각하면 여전히 경제력이 커다란 걱정거리인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삶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고 행동반경도 좁혀진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다. 점차 친구들을 만나는 걸 피하게 되고 두려워지기조차 한다. 이 경제력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실제로는 돈을 쓸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왠지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자꾸 불안해진다. 이는 아마도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많은 돌발변수가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돌발변수는 더더욱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셋째, 사람들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은 우리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나이 들수록 소통기회를 넓히려는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했다고 집에만 있으면, 없던 화병이 생길 수도 있다. 생활의 윤기를 더하기 위해, 삶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그리고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족과의 원활한 소통이 가장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 배우자와 대화를 자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 부부가 그렇지 않은 부부에 비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실증분석 결과에서도 잘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자녀들과도 자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나중에 사회적 지위도 경제력도 체력도 모두 없어진 노인이 되더라도 여전히 사랑과 존경을 받는 아버지와 어머니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를 가졌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친구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남아도는 시간을 같이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과의 만남을 원만히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베풀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항상 자신이 먼저 소식을 전하고, 약속시간보다 미리 나가서 친구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친구가 한번 밥을 사면 다음에는 내가 밥을 사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편, 좀 더 폭넓은 소통 채널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주위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가 끊임없이 이어져 나갈 필요가 있다. 어쩌면 사회와의 관계 단절이란 결국 죽음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활동을 이어나가는 데는 사회봉사활동이나 각종 주제가 있는 포럼 활동, 혹은 친목을 다지기 위한 성격의 동호회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지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회봉사활동은 더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그동안 살아오는 과정에서 축적된 다양한 지식과 경험, 능력들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면, 노후생활이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하게 느껴질까? 이는 비록 현역에서는 은퇴해 뒷전으로 물러나 있지만,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그래도 자신의 존재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봉사활동이란 나눔의 실천이라 하겠다.
넷째, 취미생활을 즐겨야 한다. 은퇴 후 여유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를 어떻게 알차게 보낼 것인지 하는 문제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한다. 그래서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취미활동을 통해 자신의 휴식과 건강은 물론 새로운 이들과 만나는 즐거움도 찾을 수 있고, 젊은 시절 시간이 없어 못했던 것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사람이 먹고사는 일에만 매달려 지내다보면 강퍅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우려를 완화해주는 것이 바로 취미생활이다. 팍팍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취미생활은 가뭄의 단비처럼,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이다.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 또 사람과의 관계성을 좋게 하는 촉매제의 역할도 한다. 난생 처음 만난 사람이더라도 취미가 같으면 금방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가시고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
취미생활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자신의 개성과 취향, 건강적인 측면,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까지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그 취미활동은 오래 지속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가급적 돈이 덜 들어가는 취미활동이면 좋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음악과 영화 감상은 좋은 취미활동이 될 것이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순화시켜준다. 또 자신의 감정을 대변해주기도 하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기도 한다. 한편, 영화를 통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삶의 스토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가 있어 좋다. 그리고 우리가 가보지 못한 지구 저편 다른 세상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또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로의 시간여행도 할 수가 있다. 여기에 극 전체의 분위기를 클라이맥스로 끌고 가는 음악과 영상이 있어 한층 더 마음을 카타르시스시켜 주게 된다. 이와 함께 영화관을 찾아나서는 것 자체가 기분전환을 위한 나들이가 된다.
여행도 좋은 취미활동이 될 것이다. 여행이란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훌쩍 떠났다가는 자신이 살던 곳이 그리워질 때 다시 찾아드는 과정의 연속이다. 여행은 피곤하면서도 즐겁다. 또 많은 것을 실제의 경험을 통하여 보고 듣고 배우게 된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 만들어진 경험은 책이나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진 간접경험에 비해 훨씬 더 오랜 동안 뇌리에 남게 된다. 세월이 지난 뒤에는 그때의 추억이 진한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가슴속에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 모험심과 개척정신 같은 것이 담겨져 있다. 여행을 통해 얻는 새로운 에너지는 우리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러므로 여행은 낭비가 아닌 새로운 창조의 과정이라 할 것이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바쁜 일상생활 중에서는 갖지 못했던 가족들과의 대화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 낯선 여행지에서는 ‘가족’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되면서 그 속에서 사랑을 쌓아가게 된다.
다섯째, 종교생활은 플러스알파이다.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과연 사후세계가 존재할까, 있다면 어떤 것일까? 나는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러한 문제에 대해 더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이제 자기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후세계를 인정하게 되면, 삶이 변화된다. 삶이 계속 이어진다는 걸 안다면, 보다 멀리 내다보고 보다 더 사랑과 자비심으로 모든 것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종교의 본래 목적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종교생활 속에서 세상의 분노를 삭이는 평정심 같은 것을 얻을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야말로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종교가 가진 그 어떤 힘이 아닐까?
끝으로 무엇보다도 너무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을 즐기라는 점이다. 은퇴자들은 이제 인생의 반환점 이후에 와있다.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다. 그래서 그들이 이제 남은 생을 누리고 즐기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생이 은퇴 후 시기로 접어들게 되면 이제는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자!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자! 너무 많은 돈을 남겨놓고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죽을 때도 그 돈을 가지고 갈수는 없지 않은가!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돈을 남기고 가는 것이 자식들에게도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재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란 죽을 때 자신의 재산이 제로(zero)가 되도록 열심히 소비하며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 이철환 프로필
- 20회(1977년) 행정고시 합격
-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근무 (종합정책과장, 국고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 공직퇴임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역임
- 현재 한국무역협회 초빙연구위원 겸 단국대학교 경제과 겸임교수로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