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게임 재편 나선 남궁훈.."엔진 통해 신사업, 글로벌 잡는다"
[뉴스핌=이수호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손을 잡고 카카오 게임사업 책임자로 영입된 남궁훈 대표가 첫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TV를 통한 멀티 플랫폼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 모바일 사업과 더불어 다음게임 인수를 통해 확보한 PC게임, 더 나아가 스마트TV까지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새로운 사업들은 카카오가 직접 맡는 형태가 아니다. 카카오 게임사업부와 별도로 남궁 대표가 운영해 온 게임사 '엔진'을 통해 카카오 게임사업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남궁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 글로벌을 포함해 다양한 실험을 해보겠다는 김 의장의 복안이다.
29일 엔진은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사업 비전을 발표했다. 엔진은 카카오가 지난 8월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지분 65,8%)을 통해 인수한 손자회사다. 카카오 게임사업을 총괄하게 된 남궁 대표가 카카오 경영과 별도로 운영하는 외곽조직이다.
행사장에서 뉴스핌과 만난 남궁 대표는 "엔진은 제가 인수하기 전부터 스마트TV 등의 플랫폼을 활용한 회사이기 때문에 스마트TV를 신사업이라고 부르긴 어렵다"라며 "카카오와 별도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카카오의 게임 사업과 관련된 질문은 내년 초에 자리를 만들어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 이수경 기자> |
◆ '맞고 전문가' 남궁훈 "이제는 스마트 TV에서 성과낼 것"
이날 남궁 대표는 카카오 게임의 모바일 사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스마트TV를 활용한 소셜카지노·VR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남궁 대표가 강조한 스마트TV 사업은 카카오 게임사업과 별도로 엔진이 도맡아 진행하게 된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게임총괄로 시선이 쏠려 있지만, 엔진은 독자적으로 스마트TV 등의 게임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엔진 스스로도 미래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자체 인력이 350명, 현금 보유액도 430억원에 이르는 큰 규모의 회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미 엔진의 자회사가 지난달 출시한 소셜카지노 게임은 아마존 카지노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엔진이 공개한 스마트TV 게임은 이미 남궁 대표가 지난 7월 엔진 인수를 결정했던 시기보다 더 앞서 개발이 이뤄졌다. 올해 말 부터 정식서비스가 시작돼 삼성 스마트TV 뿐만 아니라 애플의 스마트TV에서도 엔진이 개발한 소셜카지노 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북미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이며 아마존 전체 TV 게임 매출에서 3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남궁 대표가 김 의장과 함께 일했던 NHN 시절부터 맞고 게임의 전문가로 명성이 높았던 만큼, 소셜카지노 게임에서 승부수를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궁 대표는 "캐시카우 측면에서 PC-모바일-TV 순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PC와 모바일의 일부가 캐시카우가 되고 장기적으로 스마트TV에서도 영업이익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남궁훈의 엔진, '카카오 게임' 최전선이 된 이유는
현재 엔진은 남궁훈 대표의 개인회사를 넘어서서 카카오에 흡수된 손자회사(자회사 케이벤처그룹 지분 65.8%)다. 이로인해 엔진의 사업 행보는 곧 카카오의 행보와도 같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처럼 카카오가 엔진에 사업 확장을 맡긴 이유는 남궁 대표의 역량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김 의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NHN시절부터 동남아 시장에서 막강한 인맥을 갖고 있는 남궁 대표를 활용해, 카카오 플랫폼이 아닌 엔진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카카오는 인도네시아의 SNS 서비스인 '패스'를 인수하며 동남아시아 시장의 전초기지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이는 결국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이 동남아 시장에서 역량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카카오톡이라는 SNS 대신 남궁훈이라는 인물을 통해 글로벌 게임 플랫폼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남궁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서 퍼블리싱 사업을 하고 있는 네오바자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를 먼저 공략할 계획"이라며 "빠르면 3년, 늦으면 5년 사이 동남아시아가 게임 시장에서 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남궁 대표는 "두 조직을 제가 운영하게 됐지만, 엔진에서는 좀 더 스피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카카오에서는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사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개발면에서는 VR 등 미래 플랫폼 등에 먼저 나서서 공부하고, 만들어내는 역할을 자회사들을 통해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