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강화, 중앙회 관계 구축 과제
[뉴스핌=노희준 기자] 농협금융이 포스트 '임종룡 체제'의 적임자로 관료 출신의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을 선택했다. 민관을 두루 거치면서 대외 추진력과 온화한 성품을 갖춘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김용환 전 행장은 수익성 강화에 역점을 두고 중앙회와의 관계 구축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환 농협금융회장 내정자 |
김 전 행장은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다양한 금융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1952년생(만62세)으로 충남 보령 출생인 그는 서울고와 성균관대 경제학를 나와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료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재정경제부 과장,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과 공보관, 감독정책2국장과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금감위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감독정책2국장과 증선위 상임위원 시절에는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를 처리하고,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맡으면서는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갈리는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11년 2월부터 3년간 수출입은행장을 지내 최고경영자의 현장 경험도 쌓았다. 특히 그는 이번 회추위 과정에서 수출입은행법을 44년 만에 개정해 자본금을 8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대외 관계에서 보인 추진력을 높이 평가받았다는 후문이다.
농협금융은 그간 임 전 회장 후임으로 역시 관료출신의 외부 '힘 있는' 인물을 물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정부 지원을 받는 농협중앙회와 그 계열사인 농협금융 특성상 유력인물이 선임돼야 정부와 소통이 원활하고 중앙회 관계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나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거론됐지만, 본인들의 고사 등으로 농협금융은 회장 선임 과정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김 전 행장은 그런 면에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많은 난제가 있지만 풍부한 관료 경험을 바탕으로 잘 해내가실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행장은 갑작스러운 임 전 회장의 금융위 차출로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수익성 개선과 중앙회와의 소통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농협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7685억원을 기록, 전년에 비해 162.3%나 증가했지만, 순익 목표치 8700억원에는 이르지 못했다. 올해는 농협금융이 지주체제로 출범한 지 3년이라 명실상부한 4대 금융지주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내부 평가다. 농협금융은 올해 순익 목표로 9050억원을 잡아놓았다.
임 전 회장이 구축해놓은 중앙회와의 소통 구조도 계속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임 전 회장 이전까지만 해도 농협금융은 '시어머니' 평가를 받는 중앙회와의 관계 속에서 신동규 전 회장의 중도하차로 대표되는 'CEO리스크'를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김 전 행장은 이날 언론인터뷰에서 "농협금융의 수익성을 높이고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농협중앙회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협력을 강화하는 데서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달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의와 농협금융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와 금감원, 은행장 등을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갖췄고 대외적 업무를 잘 해야 하는 농협금융에서 봤을 때 수은법을 37년만에 개정하는 등 대외 업무를 잘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품성도 온화해 중앙회와의 관계도 잘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