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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연춘 기자] "우리 회사를 찾는 고객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먼저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사 구성원들의 복지제도, 인사정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 8일 연세대에서 열린 '지식향연'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기업이 성장을 위해 가져야 할 핵심 마인드로 '직원과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정 부회장은 평소에도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 직원들이 회사를 다니고 싶게 만드는 것을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강조해왔지만 본인 스스로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임을 인정하곤 했다.
◆ 자신을 낮추는 소통경영…매년 신입사원들과 '공감토크'
지난 2009년 신세계그룹의 대표이사(CEO)에 오른 정 부회장의 경영성적표는 일단 합격점 수준의 평가를 받는다. 정 부회장 취임 뒤 그룹 조직문화도 바뀌고 있다. '소통경영'에 무게를 둔 '정용진식' 바람이 변화시키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신세계그룹 한 임원은 정 부회장이 강조한 소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소통은 상호간의 이해와 배려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것.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조직이라면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만족도 함양과 열정이 증대되어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 진다. 이는 곧 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 부회장은 소통경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고객만족도, 직원복지, 협력회사 상생에 중점을 두는 경영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정 부회장은 한 때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활용해 임직원뿐 아니라 고객들의 불만사항이나 개선점에 대한 지적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색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이 직접 직원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자신이 실제 겪었던 경험을 먼저 꺼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 속에서 핵심을 전달하는 등 스토리텔링 방식을 이용한다.
또 정 부회장은 매년 신입사원들과 회사의 미래를 토론하는 '공감토크'를 직접 진행하는 등 수시로 격의 없는 만남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 공감토크를 통해 신입사원이 신세계인이 된 것을 축하하는 동시에 그룹 비전에 걸맞은 인재가 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자신을 낮추고 먼저 다가가 함께 공감하는 '소통 리더십'은 몇 해전 신세계의 협력회사 대표를 초대한 간담회의서도 더욱 빛이 났다. '협력회사 CEO 초청 동반성장 간담회'에서 그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단상에 오르지 않았다. 인사말은 단상 아래 테이블에서 행사가 끝난 후에도 먼저 나와 퇴장하는 참석자들과 눈을 맞추고 악수를 나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최근 '지식향연' 등 소통경영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하는 리더십은 정 부회장의 최대 장점"이라며 "사내에서도 신입사원들과 회사의 미래를 토론하는 '공감토크'를 진행하는 등 직원들과 수시로 격의 없는 만남의 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어머니 통해 배운 선대회장의 DNA
정 부회장은 대한민국 재계의 리더인 삼성가(家)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평가도 적지않다. 그의 성장기 시절,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은 반도체 사업으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도 선대회장을 잘 기억하고 유지를 잘 받게 된 데에는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이 있다.
선대회장과 사이가 각별한 막내딸이던 이 회장은 누구보다도 선대회장을 존경하고 동시에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정 부회장에게 하나하나 전수했다. 선대회장과 일화, 교훈 등을 늘 들려줬다.
처음 만나는 이와의 인삿법에서 부터 경영에 필요한 취미생활 등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전문적인 테크닉을 어머니를 통해 배우면서 선대회장의 DNA를 닮고자 애썼다고 한다.
그만큼 선대회장과 이 회장은 정 부회장의 경영 멘토이자 삶의 멘토로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했다. 정 부회장은 두 멘토의 가르침을 언제나 가슴 깊이 새겨두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다만 '신세계의 얼굴'이 된 정 부회장은 유년시절이나 학창시절의 생활은 외부에 알려진게 많지 않다. 그의 인적 네트워크는 대부분 학창시절에서 나온 이야기가 거의 전부다.
1968년 원숭이띠인 정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동갑내기다. 유년시절부터 학창시절까지 같은 코스를 밟으며 소문난 절친이다. 정 부회장은 이 부회장과 같이 경기초등학교와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를 다녔다.
대학교도 이 부회장과 같은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어머니인 이 회장의 권유로 서양사학과에 다니던 중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아이비리그인 브라운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정 부회장은 폭넓은 교류를 통해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브라운대학 동문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브라운대학 출신 인맥 중에는 유독 2~3세 경영인이 많다. 학연으로 맺어진 인연은 두터운 신뢰와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최재원 SK 부회장, 김준 경방 사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 박세훈 갤러리아백화점 대표,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 등이 모두 브라운대 동문으로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경복고 동문으로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구본진 LF 부사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등 경복고 인맥과도 교류 중이다. 특히 경복고 4년 후배이자 매제 문성욱 부사장의 친구이기도 한 동문으로 같은 백화점 업계를 이끌고 있는 정지선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
◆ 정용진 시대에 신성장동력 핵심 인력은
현재 정 부회장의 신세계그룹내 내 소통의 핵심은 김해성 전략실장(사장)과 각별하게 교류하고 있다.
김 사장은 신세계그룹에서 패션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를 맡다가 지난해 그룹 전략실장으로 깜짝 발탁된 바 있다. 이어 올해 이마트가 2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김 사장이 이마트 경영총괄부문 사장까지 겸임하게 돼 그룹 수뇌부를 장악했다. 매우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진 김 사장의 될만한 브랜드를 선별하고, 주도면밀하게 인수하거나 영업권을 확보하면서 정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이밖에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대표를 모두 50대 인물로 교체하며 신사업 교외형 복합쇼핑몰의 연착륙에 힘을 쏟고 있다. 백화점은 장재영 대표(54)에게 이마트는 이갑수 대표(57)에게 맡겼다. 이들은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데 주도적인 역할하며 정 부회장의 코드에 맞춰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정 부회장은 지난해 경기 불황과 영업 규제로 매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래성장 동력 창출에 정면 승부수를 던졌다. 쇼핑·여가·외식·문화생활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신세계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정 부회장은 평소 "유통업의 미래는 유통업체 간의 시장점유율인 마켓셰어 보다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셰어에 달려있다"고 말해왔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부터 차례로 문을 열 예정인 하남·인천·대전·안성·고양 복합쇼핑몰 등을 비롯, 향후 국내에 10여 개의 교외형 복합 쇼핑몰을 세워 그룹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1968년 서울 출생
- 1981년 서울 사대부속 초등학교 졸업
- 1984년 서울 동성중학교 졸업
- 1987년 서울 경복고등학교 졸업
- 1987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입학
- 1994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
- 1997년 ㈜신세계 기획조정실 상무
- 2000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 200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회장
- 2009년 신세계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 2011년 신세계그룹 부회장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