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EU 정상회의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데 따른 파장이 금융시장 전반에 확산됐다.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국채 디폴트 리스크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유럽 은행권의 달러 자금 조달 비용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주변국 가운데 부채 폭탄의 핵으로 분류되는 이탈리아의 국채 발행 비용이 최고치로 치솟았다.
유로가 지난주 EU 정상회의를 끝으로 본격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는 등 진정 양상을 보였던 시장 심리는 급속히 냉각되는 양상이다.
◆ 달러 조달비용 오르고 은행간 자금거래 둔화
14일(현지시간) 유럽 은행권의 달러 조달 비용이 5일 연속 상승, 2주간 최고치를 나타냈다. 회의 이전 수준을 웃돈 셈이다.
이날 3개월물 유로-달러 베이시스 스왑은 마이너스 147bp를 나타내 전날 마이너스 141bp에서 상당폭 하락했다. 수치가 낮을수록 유럽 은행이 더 높은 조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1년물 베이시스 스왑 역시 마이너스 105bp를 기록해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리보-OIS 스프레드는 96bp로 전날 95bp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수치가 상승할 경우 은행권이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의식해 상호 자금 거래를 꺼린다는 뜻이다.
◆ 유로존 국채 CDS 최고치 근접
EU 정상들의 부채위기 해소 역량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유로존의 국채 디폴트 헤지 비용이 동반 상승했다.
이날 15개 국가의 국채 신용부도스왑(CDS)를 추종하는 마르키트 아이트랙스 소빅스 웨스턴 유럽 인덱스는 3bp 오른 382를 기록, 지난달 25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85와의 거리를 크게 좁혔다.
이탈리아의 국채 CDS가 9bp 급등한 578을 나타냈고, 스페인과 벨기에가 각각 3bp 오른 447과 6bp 오른 333을 나타냈다. 독일 국채 CDS 역시 2bp 상승한 239를 나타냈다.
뉴에지 그룹의 빌 블레인 전략가는 “EU 정상들은 단순히 시장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면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시장이 원하는 것은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이탈리아 국채 발행금리 최고치
이날 이탈리아의 국채 발행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집계에 따르면 내년 이탈리아가 발행해야 할 국채 규모가 2200억유로에 달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이 디폴트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4년물 국채 발행에서 이탈리아는 최고 목표액 30억유로를 조달했지만 발행금리가 6.47%로 치솟았다. 지난달 발행 금리 6.29%에서 상당폭 상승한 수치다. 입찰 대 응찰 비율은 1.42 대 1로 전월의 1.47 대 1에서 하락했다.
이탈리아는 재정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기존 채권의 차환 발행 이외에 신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하지만 기존의 부채 규모만으로도 시장을 긴장시킬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지적이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콜라스 스피로 매니징 디렉터는 “앞으로 발행해야 할 국채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위기 상황이 점차 급박해지는 양상”이라며 “내년 1월과 2월에 이뤄질 국채 발행은 이탈리아가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지속할 수 있을 지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