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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아들'서 '세계적 숯화가'된 이배,작심하고 꾸민 뮤지엄산 전시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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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엄 산이 7일 이배 개인전 'En attendant: 기다리며'를 열었다.
  • 숯 조각·회화·설치 등으로 동양 세계관과 기다림 철학을 구현했다.
  • 12월 6일까지 8개월 진행하며 자연·건축과 조화된 스케일 큰 전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뮤지엄 산,이배 'En attendant: 기다리며'전 개막
숯을 매개로 한 30년 예술세계 장대하게 조망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39점 12월6일까지 공개

[원주=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숯의 화가' 이배(Lee Bae)가 돌아왔다. 검은 숯으로 동양의 세계관, 우주관을 화폭과 조각에 담으며 세계적 스타작가로 부상한 이배가 강원도 원주 뮤지엄 SAN(산)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귀환했다. 이번 전시에 이배는 단단히 작심하고 임했고, 때문에 엄청난 공력이 투입된 전시는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원주=뉴스핌] 한솔문화재단 뮤지엄 산 본관 초입에 8m 높이로 설치된 이배의 숯 조형물 '불로부터'. 작가가 뉴욕 록펠러센터에 설치했던 작품을 확장시킨 대형 숯 설치작품이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뮤지엄 SAN(관장 안영주)은 4월 7일 이배(b.1956-) 작가의 개인전 'En attendant: 기다리며'를 개막했다. 오는 12월 6일까지 장장 8개월간 열리는 이번 전시는 미술관 안팎을 하나의 전시무대로 확장하며 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 영상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이배의 작품들은 뮤지엄 산이 지향해온 'Space‧Art‧Nature'라는 철학과 기다렸다는 듯 부합되면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성을 띈 조형세계를 응축해 구현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의 건축적 동선과 이배 작품의 장중하고 내밀한 서사는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관람객을 이끈다. 

뮤지엄 산의 상징과도 같은 마크 디 수베로와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름다운 붉은 철제조각을 따라 뮤지엄 산 본관에 닿으면 거대한 검은 숯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높이 8m에 무게 7톤의 기둥같은 작품은 본관 입구의 차양까지 솟구치며 지붕을 받치고 있다. 작가가 지난 2023년 뉴욕 록펠러센터 앞에 선보인 작업과 같은 형태로, 규모가 보다 확장됐다. '불로부터(Issu du feu)'라는 이 거대한 조형물은 동양의 숯이 전통적으로 정화와 치유를 상징하는 동시에 이번 전시의 처음과 끝을 '검은 숯'이 이어갈 것임을 암시한다.

[원주=뉴스핌] 뮤지엄 산 갤러리 라운지에 설치된 이배의 '붓질 Brushstroke' 연작. 모두 16점의 대형 회화가 전시 초입 로비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뮤지엄 산의 'En attendant: 기다리며'전은 이배의 작업들이 지닌 물성과 정신성의 전개 과정을 단계적으로 드러낸다. 관람객은 본관 입구 대형조각에서 시작해, 갤러리 로비와 청조갤러리 1, 2, 3을 거쳐 야외 '무의 공간'까지, 총 여섯 개의 공간을 따라 발길을 옮기며 특별한 예술투어를 하게 된다.

전시제목 'En attendant: 기다리며'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 속에서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시간, 어떤 변화가 이루어지기 전, 생성의 작용'을 가리킨다. 수동적인 기다림을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응축하는 능동적인 시간을 은유하는 타이틀이다.

이배 작품의 핵심인 '숯'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제목에서처럼 '기다림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 나무는 가마 속에서 불에 타며 형태를 잃지만 서서히 식어가며 새로운 물질로 재탄생한다. 이처럼 생성과 소멸, 그 사이 인고의 기다림을 통해 완성되는 '변화의 시간'은 이배 예술의 핵심이자, 철학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뮤지엄 산의 안영주 관장은 "이번 전시는 뮤지엄 산이 마련한 첫 한국작가 개인전이다. 그동안 우고 론디노네, 안토니 곰리 등 외국작가 전시만 하다가 한국작가 개인전을 해보려고(미술관 건축을 압도할 수 있는) '가장 기세 좋은 작가'를 찾았다"며 "학예연구실 큐레이터들과 함께 만장일치로 이배 작가를 3년 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작가는 청도와 서울을 오가는 길에 뮤지엄 산을 스무번 넘게 찾았고, 의욕적으로 전시에 임했다.

개막 전날 기자들과 만난 이배는 "뮤지엄 산에서의 전시는 늘 마음 속에 품고, 소망했던 전시다. 그러나 목표로 한만큼 충분히 담지는 못했다. 또 처음 기획과 최종구성은 많이 달라졌다"며 "뮤지엄 산에 오면 마치 현대적인 수도원에 와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만 걱정도 많았다. 과연 내가 무엇으로 이 대단한 공간을 채울 수 있을까 염려가 컸다"고 밝혔다. 

[원주=뉴스핌]전시 취재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기자들에게 "이번 뮤지엄 산 개인전은 깊은 고민을 하게 한 전시로, 염원하듯 기도하듯 임했다."고 밝힌 작가 이배.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7 art29@newspim.com

이어 "뮤지엄 산 전시는 해외를 오래 떠돌아다녔던 내게 고향으로, 근원으로 돌아온 느낌을 주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꿈꾸면서 살아왔는지 나의 삶 전체를 돌아보게 했다. 결국 나를 재확인하는 시간이었고, 나의 본질을 작업과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표현한 자리"라고 덧붙였다.

뮤지엄 산 본관을 가로막듯 검은 조각을 세운 것은 "4년 전 강원도 고성 일대를 휩쓸었던 산불과 스페인, 캐나다에서의 큰 불을 생각하며 자연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두려움과 다시는 이런 재앙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염원을 숯덩이에 담아 토템처럼 세운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고성 산불이 난 후 현장을 찾았는데 무릎까지 덮힌 뜨거운 잿더미 사이로 개미들이 꿈틀대며 올라는 걸 보고 깜짝 놀랬고,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소멸 이후의 회복'을 은유하는 '불로부터' 조각을 보고, 본관 로비에 진입하면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에 해당되는 '붓질 Brushstroke' 연작을 마주하게 된다. 모두 16점의 대형 화폭으로 이뤄진 '붓질 Brushstroke'는 꽉 막힌 전시장이 아닌, 자연의 빛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에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은 힘차고 자유로운 붓질을 통해 탄생한 화폭들 사이를 거닐면서, 계절과 날씨의 빛과 함께 작가의 수행적 행위가 결합된 작품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춤추듯 움직이는 미묘함을 체험할 수 있다.

[원주=뉴스핌] 뮤지엄 산 청조갤러리 1의 'White' 공간. 바닥과 벽면을 흰색 종이로 여러번 도배하며 순백의 공간으로 꾸몄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이어 청조갤러리 1, 2는 'White' & 'Black' 공간으로 꾸며졌다. 먼저 만나는 공간은 순백의 공간이다. 하이얀 종이로 벽과 바닥을 서너번씩 도배한 이 공간에 작가의 순백의 설치작품과 조각이 세워져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와야 하는 공간으로 작가에게 흰색은 빛과 여백, 무한히 뻗은 열린 공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유럽에 있으면서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공간을 많이 봤다. 안도가 '나의 대표작은 뮤지엄 산'이라고 밝힌 글도 읽었다. 내가 봐도 안도의 건축은 공간의 흐름과 비례가 남다르다. 그의 공간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흰색 방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다시말해 '비워내는 공간'이다. 흰 종이로 바닥과 벽 전체를 완벽하게 도배함으로써 중성화된 공간, 미완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공간에, 길고 긴 흰 종이를 장막처럼 늘어뜨렸고, 그리스 신전에 떨어진 돌 조각같은 흰 조각을 세웠다"고 했다.

'White' 공간 끝자락에는 멀리서 보면 연회색의 붓 드로잉같은 작품이 벽면에 그려져 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면 스테이플러 심지로 제작한 작품이어서 아연실색하게 된다. 작가는 무려 3만5000회의 스테이플러 박기를 통해 먹의 농담과 붓자국을 오롯이 살려냈다. '스테이플러 드로잉'인 셈이다. 일찌기 1990년대에 스테이플러로 곤충, 새 등을 형상화한 적은 있지만 대형 붓질작업을 스테이플러로 시도한 것은 처음이다.  

[원주=뉴스핌]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연상케 하는 이배의 숯 설치작품과 그에 이어지는 숯 드로잉. 겸재는 이배가 가장 흠모하고, 가장 애정하는 작가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다음은 'Black' 공간이다. 작가에게 검정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그것은 빛을 모두 흡수해 수많은 색을 켜켜이 품은 심연이다. 동시에 모든 가능성을 내포한 상태를 가리킨다. 이 공간에 이배는 자신이 가장 흠모하는 화가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오마주하는 숯 설치작품과 숯 드로잉을 시도했다. 또 한켠에는 구불구불 직립형의 검은 선 드로잉조각이 자리하고 있고, 측면에는 지금껏 시도한 숯회화 중 가장 큰 가로 10.4m의 검은 평면작품이 장대함을 뽐내며 걸려 있다.

'Black' 공간은 1982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9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숯'이라는 매체에 천착해온 이배의 예술을 집약해 보여준다. 숯이라는 물질에 내재된 생성과 소멸, 순환의 원리를 30여 년간 탐색한 그의 작업은 자연과 인간, 시간과 존재가 교차하는 관계망을 드러낸다. 

작가는 "파리 도착 이듬해인 1990년에 처음 숯을 마주하게 됐다. 외국서 온 무명작가라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예전 목탄 데생했던 게 생각나 동네 수퍼에서 바베큐용 숯을 한봉지 샀다. 값도 저렴하고, 데생도 오래할 수 있어서. 어느날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문화부 기자가 허름한 공간서 작업하는 우리들을 보러 온다고 했다. 기자가 분명 '왜 숯을 쓰느냐'고 물을 것같아 답변을 준비했다. '돈이 없어서'라고 하면 안될 것같아 '동양에선 푸른 난초를 검은 숯으로 그린다'고 답했다. 그렇게 시작한 숯 작업이 어느새 30년이 넘었고, 이제는 고향 청도에서 직접 만든 숯으로 여러 작업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배에게 이제 '숯'은 재료이자, 작업 그 자체다. 그는 '카오스'같은 순간을 거쳐 탄생한 숯을 사랑한다. 그는 숯덩어리들이 자신의 고향이자 본류라고 했다. 숯은 작업실이 있는 청도에서 직접 만드는데 소나무 참나무 벚나무 버드나무는 물론 잡목까지 활용해 한달 간 굽는다. 나무마다 다른 숯이 나오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간혹 '숯에만 매달려 너무 정체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는다. 그런데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를 좋아하고, 중국의 팔대산인을 좋아한다는 그는 '동양의 문화예술을 꽃피웠던 이들의 뒤를 따라, 그들의 정신을 한없이 흠모하며 작업하다 보니 아직도 숯으로 창작할 게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어 "처음 파리에 갔을 때와 다르게 지금은 한국작가라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 파리에서 개인전을 하면 굉장히 많이들 오고, 작품도 좋아한다. 똑같은 가격대면 한국작가 그림을 사려고들 한다"며 "그게 저절로 됐겠느냐,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거다.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나도 후배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소망을 피력했다.

[원주=뉴스핌] 뮤지엄 산에 고향 청도의 흙을 가져와 논두렁을 만든 작가 이배. 스크린에서는 14분 길이의 아름답게 빛나는 영상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청조갤러리 3 'Becoming'은 이번 이배 개인전 중 가장 새롭고, 가장 파워풀한 공간이다. 영상과 설치작업에는 농부의 아들로 성장한 작가의 정체성이 오롯이 반영돼 감동을 자아낸다. 9m 높이의 스크린에서는 작가가 나고 자란 청도의 땅과 모내기를 앞둔 논 풍경, 그 논 위에서 커다란 붓을 들고 붓질하는 작가의 퍼포먼스가 오버랩된다.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사위가 온통 컴컴해질 때까지 논밭 붓질을 한 작가는 마침내 작품 위로 쓰러진다. 그리곤 미동도 않는다.

김응현 촬영감독이 찍은 14분 길이의 이 영상 앞에는 청도에서 옮겨온 흙으로 구현한 논 설치작품이 자리잡았다. 개막 전날 작가는 이 논두렁 위에서 싸리 빗을 들고 '빗질 퍼포먼스'를 펼쳤다. 퍼포먼스에 앞서 이배는 "모두들 이번 빗질을 퍼포먼스라 부르겠지만 사실 빗질은 내 작업의 근간인 붓질과 똑같은 것이다. 빗자루로 흙을 쓸듯, 붓으로 화폭을 가로지른 것이 나의 드로잉이다"라며 "전시기간 중 이 흙에서 싹이 움트고 풀이 자라길 바란다."고 했다. 결국 이번 논 설치작품과 영상 속 행위는 땅·신체·시간의 순환적 포용적 관계를 드러내며, 작품을 고정된 대상이 아닌 '생성과 소멸의 과정'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원주=뉴스핌] 고향 청도의 흙을 가져와 뮤지엄 산 청조갤러리에 논두렁을 만든 작가가 싸리나무 빗을 쓸며 빗질 퍼포먼스를 펼치는 장면. 이배는 이 퍼포먼스에 대해 '실은 퍼포먼스가 아니라, 나의 숯 회화와 맞닿아 있는 또다른 붓질"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이배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근원'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던졌고, 그 자신 '농부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새삼 곱씹게 됐다. 그는 "개인전을 준비하는 내내 마음 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아버지였다. 농부이셨던 아버지는 내가 화가가 되는 걸 아주 싫어하셨다. '이 과수원과 땅을 누구에게 줄 것이냐'며 허탈해 하셨다. 그 아버지는 내가 파리에 머물 때 돌아가셨다. 이번에 더욱 아버지와 고향을 생각하게 됐고, '농부의 아들'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시골 논에 물을 대며, 신나게 뛰놀며 자랐구나라는 생각에 영상및 논 설치작업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작가에게 '농부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은 삶의 근원과 그 위에서 또아리를 틀고 이어온 예술과 노동, 자연의 관계를 다시금 사유하게 했다. 이같은 사유는 전시 전반에 걸쳐 생명과 순환, 시간의 흐름을 탐구하는 구조로 이어지며 내러티브가 짜여졌다. 

한편 전시 타이틀을 'En attendant: 기다리며'라고 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제목은 염원, 완결되지는 않지만 부족하고 모자라고 아쉬움을 갖고 있는 마음을 가리킨다. 스스로 예술을 얼마나 잘 알고, 잘 이해하고 있나 되묻곤 한다. 하면 할수록 예술은 어렵다. 전시를 준비하며 절망할 때가 많았다. 캄캄했다. 이렇게 상상력이 부족한 걸까 한탄하기도 했다. '작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가장 진지하고 순수해지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기다리며'는 시간과 과정에서 나온 제목이다. 나의 마음 상태다."    

결국 전시제목 '기다리며'는 숯이 만들어지는 시간, 작업이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미래의 열려있는 시간을 가리키는 셈이다.

[원주=뉴스핌] 높이 10m의 검은 초대형 브론즈 조각 6점이 뮤지엄 산 야외 '무의 공간'에 설치됐다. 'Brushstroke' 연작인 이 작품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 건축과 같은 높이로 제작됐다. 작가는 '붓질의 흐름을 살린 조각의 표면을 주의깊게 감상해달라'며 '그림을 조각으로 옮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본관 전시를 다 둘러보고 미술관 밖으로 나오면 야외 '무의 공간'에 하늘로 쭉쭉 솟은 검은 브론즈 조각들을 마주하게 된다. 대나무 마디를 보는 듯한 6점 조각의 타이틀은 '붓질 Brushstroke'. 뮤지엄 산 주변의 나무와 건축지붕, 산세와 어우러지도록 설계된 10m 높이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 조형이 확장된 풍경으로 결합된 이 전례없는 크기의 검은 조각들 사이를 거닐며 관람객은 계절과 빛의 변화, 산과 공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 속 예술을 경험하게 된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육중해 다소 위압적인 이 조각들은 수직의 높이 때문에 돌 정원 바닥을 3.5m가량 파고 설치됐다. 기존에 선보였던 작업이 아닌, 모두가 놀랄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겠다는 의욕 때문인지 '작가의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검은 브론즈 연작이다.

야외의 검은 조각 연작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성에서 불에 탄 나무덩어리 하나하나를 쌓아올리면서, 또 나의 염원을 쌓아올리면서 '다시는 이런 재앙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든 조각이다. 브론즈라서 덩어리감을 보기 마련인데 조각의 표면을 봐줬으면 한다. '그림을 조각처럼 설치할 수 없을까'하며 조각 표면에 붓질을 새겨봤다. 높이를 10m로 한 것은 안도 선생의 건축과 나란히 하고 싶어서다. 너무 흉칙스럽지 않을까 염려도 됐지만 예술이란 게 생소한 거니까 용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번 전시작품 중 이 브론즈 연작이 (뜻밖에도)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하늘로 길고 높게 솟은 이배의 브론즈 연작은 이우환의 작품 '선으로부터'를 연상케 한다. 미술평론가 임근준은 "야외에 설치된 조각 '붓질 Brushstroke'는 이배가 수십년간 스승으로, 선배예술가로 모셔온 이우환 작업에 대한 오마주로 다가온다. 스승, 즉 프로테제(멘토)와 그와의 '아직 끝나지 않은 대화'를 보는 것같아 흥미로왔다"고 평했다. 

[원주=뉴스핌] 이배 작품전을 개최한 한솔문화재단 뮤지엄 산의 안영주 관장. "그간 외국작가만 연달아 전시해 한국작가를 찾고, 찾았다. 학예연구실 큐레이터들과 가장 기세 좋고, 동시대성과 세계성을 모두 갖춘 작가를 논의하니 1번 작가가 이배였다"고 밝혔다.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4.06 art29@newspim.com

뮤지엄 산 안영주 관장은 "이번 이배의 개인전은 작품의 물성과 건축, 자연이 서로 긴밀히 호응하며 관람객이 공간을 직접 경험하도록 기획했다. 작품들을 감상하며 잠시 멈춰 서서 자신과 자연, 시간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작가 또한 "작품을 보려고 하기 보다는 천천히 느끼기를 바란다"고 했다.

숯이 주는 카오스, 그 혼돈과 순환, 안과 밖, 자연과 인간, 들숨과 날숨을 만끽하며 '기다림'을 통해 삶의 본질을 은근하게 반추케 하는 이번 전시는 12월 6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월요일 휴관. 이배 전시를 관람하는 기본패스권은 2만3000원(성인)이며, 뮤지엄, 명상관, 제임스 터렐관, GROUND관을 모두 볼 수 있는 시그니처권은 5만9000원(성인)이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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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골 잔치' 잉글랜드, 프랑스 6-4 제압 [서울=뉴스핌] 한지용 기자 = 잉글랜드 공격수 부카요 사카가 3·4위전에서 해트트릭(한 경기 3골 이상)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프랑스의 주장 킬리안 음바페는 팀 패배 속에서도 멀티 골(한 경기 2골 이상)을 넣으며 이번 대회 및 월드컵 역사상 최다 득점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잉글랜드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4위전에서 프랑스를 5-3으로 눌렀다.  [플로리다 로이터=뉴스핌] 잉글랜드 부카요 사카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4위전에서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2026.07.19 football1229@newspim.com 잉글랜드가 전반 3분 만에 앞서갔다. 해리 케인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찬 데클런 라이스가 상대 공격을 차단한 후 직접 공을 몰고가 중거리 슈팅을 날려 프랑스 골문을 열었다.  이후 라이스는 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애즈리 콘사의 헤더 득점을 도우며 순식간에 공격 포인트 2개를 기록했다. 잉글랜드는 2-0으로 리드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37분 3-0을 만들었다. 잉글랜드 공격수 마커스 래시퍼드의 일대일 찬스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 루즈 볼을 부카요 사카가 잡자 골키퍼는 골문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사카는 래시퍼드와 공을 주고 받은 후 비어 있는 골문을 향해 슈팅을 날려 세 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수비가 발을 뻗어 공을 건드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 전반 추가시간 사카가 날렵한 움직임을 통해 패스를 받은 후 왼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멀티 골을 넣었다. 잉글랜드는 전반에만 네 골을 몰아쳤다.  [플로리다 로이터=뉴스핌] 프랑스 킬리안 음바페가 3·4위전서 대회 9·10호골을 기록,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2026.07.19 football1229@newspim.com 후반전 프랑스는 교체 카드 4장을 꺼내들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성공적이었다. 프랑스는 후반 주도권을 쥔 채 잉글랜드를 압박했다.  후반 3분 만에 음바페가 만회 골을 넣었다. 마이클 올리세가 침투하는 음바페를 향해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다. 음바페는 왼발로 볼을 밀어넣으며 대회 9호골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8골)를 제치고 득점 단독 선두에 등극했다.  음바페는 도움도 기록했다. 후반 9 왼쪽 지역에서 침투하는 브래들리 바르콜라를 향해 좋은 패스를 넣어줬고, 바르콜라가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2골 차로 추격했다. 후반 21분 음바페의 결정력이 다시 돋보였다.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올리세와 2대 1 패스를 주고 받은 음바페는 다시 왼발로 골문 구석에 공을 꽂으며 한 골차로 쫓아갔다.  [플로리다 로이터=뉴스핌] 잉글랜드 부카요 사카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3·4위전에서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2026.07.19 football1229@newspim.com 동점 위기에 몰린 잉글랜드는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과 엘리엇 앤더슨을 투입하며 에너지 레벨을 높였다. 이후 후반 42분 제드 스펜스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사카가 키커로 나서 오른쪽 하단에 공을 차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잉글랜드는 5-3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 후반 추가시간 프랑스 우스만 뎀벨레가 한 골 더 만회하며 끝까지 추격 의지를 불태웠지만, 벨링엄이 추가골을 넣으며 경기를 끝냈다. 난타전이 펼쳐진 3·4위전에서는 양 팀 도합 10골이 터진 끝에 잉글랜드가 6-4로 승리했다.  한편 2012년부터 프랑스 대표팀을 맡았던 디디에 데샹 감독은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지만, 웃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데샹 감독은 2018 러시아 대회 우승, 2022 카타르 대회 준우승, 이번 대회 4위를 기록하며 프랑스 황금세대를 이끌었다.   또 이날 승리한 잉글랜드는 2900만 달러(약 432억 원), 4위 프랑스는 2700만 달러(약 402억 원)의 상금을 받는다. football1229@newspim.com  2026-07-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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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의원, 英 집권 노동당 새 대표로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북부의 왕'으로 불리는 앤디 버넘 의원이 17일(현지 시각) 영국 집권 여당인 노동당의 새 대표에 올랐다.  버넘 대표는 오는 20일 키어 스타머 총리를 이어 영국의 차기 총리 자리를 확정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은 의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집권당의 대표가 총리가 된다. 노동당은 이날 특별 당대회를 열고 버넘 의원을 당 대표로 공식 선출했다. 버넘은 전날 마감된 당 대표 경선 후보 등록에서 단독으로 등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노동당 공보에 따르면 버넘은 노동당 소속 하원의원 379명과 노동조합·사회주의 단체 23곳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로 선출됐다"고 했다. 현재 노동당은 전체 의석 650석 중 403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94%가 버넘을 당 대표로 선택한 것이다.  앤디 버넘 영국 노동당 새 대표가 17일(현지 시각) 특별 당대화에서 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샤바나 마무드 내무장관의 새 대표 선출 결과 발표와 함께 무대에 오른 버넘은 일성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되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는 "저를 지지한 노동당 의원들이 모두 영국 곳곳의 잊혀진 지역을 위해 과거의 노동당을 되찾아 달라는 요구를 들었다"면서 "우리는 그 부름에 응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 하나로 뭉쳤고, 그 힘을 오랫동안 정치로부터 희망을 잃은 사람들과 지역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다섯 가지 변화와 약속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노당동의 단결을 위해 '파벌 문화'를 종식하겠다고 했고, "이번이 바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비난보다 문제 해결의 정치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그는 "영국 정치가 덜 독해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세번째 변화로는 노동당의 정치적 지향을 거론하며 노동당답게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녹색당보다 더 녹색당처럼 행동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 영국개혁당(Reform UK)보다 더 개혁당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과거처럼 보수당 옷을 너무 많이 입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담대하고 자신감 있게, 진정한 노동당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부와 남부, 동부와 서부,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모두를 위한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이 네 번째 약속이고, 중앙정부가 독접하고 있는 권한을 웨스트민스터와 화이트홀에서 지역 사회로 되돌려주는 지방분권이 다섯 번째 약속이라고 했다.  버넘 대표는 자신이 친기업 노선을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 시절 친기업적인 시장이었듯이 노동당 대표가 된 뒤에도 친기업적인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기업과 함께 지역을 되살렸고 그 방식을 영국 전체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1970년 1월 리버풀 북쪽 교외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15세 때 노동당에 가입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영어를 전공한 뒤 의원 보좌관 등을 거쳐 2001년 총선에서 그레이터맨체스트의 리(Leigh) 선거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6년간 하원의원을 지냈다.  이 기간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내무부·재무부 차관, 문화장관, 보건장관 등을 역임했다.  2010년과 2015년에 당 대표에 도전했지만 에드 밀리밴드와 제러미 코빈에서 패했다.  2017년 중앙정치를 떠나 새로 만들어진 그레이터맨체스터 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2021년과 2024년 선거에서도 내리 승리했다.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버스 공영화를 추진하고 통합 대중교통망 구축과 주택 공급 확대 등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앙 정부에 맞서 북부 지역 지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이때부터 '북부의 왕(King of the North)'이라는 별명이 널리 퍼졌다. 버넘 시장 재임 시절 그레이터맨체스터는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버넘 대표는 당 대회 연설에 앞서 소셜미디어에 "앞으로 며칠은 영국을 누가 통치하느냐만 바꾸는 것이 아니며 영국이 어떻게 통치되는지를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릴 기회"라고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현 스타머 총리보다 더욱 왼쪽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택과 교통, 교육 등과 관련된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해 각 지역에 맞는 경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맨체스터리즘'(Manchesterism)을 주장한다.  맨체스터에 제2 총리실을 둬 중앙정부와 효율적으로 업무를 조율하는 '북부 총리실(No. 10 North)' 구상도 밝혔다.  ihjang67@newspim.com   2026-07-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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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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