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자동차계의 애플'로 불리며 국내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수입 전기차라는 상징성과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을 앞세워 지난해 수입차 단일 모델 판매 1위, 전체 판매 상위권에 오르는 등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국내 테슬라 누적 등록 대수는 2020년 약 1만5000대에서 2024년 약 9만3000대로 급증했고, 2026년 현재는 11만대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불과 몇 년 사이 시장 판도를 뒤흔든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세는 또 다른 문제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차량은 매년 수만대씩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서비스 인프라는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테슬라 서비스센터는 14곳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도 센터 한 곳이 약 8000대 안팎의 차량을 담당해야 하는 구조다. 수리 예약 지연과 장기간 대기 등 소비자 불만이 반복되는 배경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정비 빈도가 낮다는 인식이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배터리와 전자제어 시스템 등 핵심 부품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정비 난도가 높아지고 소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센터당 8000대를 떠안는 구조는 소비자 편익을 담보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비교해 보면 격차는 더욱 선명해진다. 국내 시장에 진입한 BYD와 비교해도 서비스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량은 압도적이지만 사후관리 체계는 오히려 뒤처진 구조다. 판매는 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책임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품질 이슈 역시 부담이다. 2024년 초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리콜 대상 7만2674대 중 테슬라 차량은 6만3991대로 전체의 약 88%를 차지했다. 글로벌 기준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2024년 한 해에만 15건의 리콜로 500만대가 넘는 차량을 불러들였다. 판매 확대와 함께 품질 관리 부담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서비스 경쟁력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서비스 품질 조사에서 기아 오토큐와 한국지엠 바로서비스는 90점대 중반을 기록하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컨슈머 인사이트 조사에서도 수입차 평균 A/S 만족도는 800점대 초중반, 국산차 역시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주요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존재감이 미미하거나 아예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평가 이전에 체계 자체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동차 경쟁력의 기준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히 '잘 팔리는 차'를 넘어 '문제 발생 시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을 지향하는 테슬라일수록 하드웨어 기반의 서비스 인프라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테슬라는 판매 속도에 비해 책임의 속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차량을 인도하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그 이후가 시작이다. 판매 경쟁이 아니라 책임 경쟁으로 시선이 옮겨가야 할 시점이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