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LFP 배터리 확대·SDV 전환으로 '정면 승부'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전기차 시장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벗고 치열한 '가성비 경쟁'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테슬라가 쏘아 올린 가격 인하탄에 볼보와 중국 BYD까지 가세하며 수입 전기차의 문턱이 3000만원대까지 낮아졌다.
"안방만큼은 내어줄 수 없다"는 현대자동차그룹은 파격적인 할인과 금융 혜택은 물론, 원가 혁신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운 다층 전략으로 방어전에 나섰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오는 3월 1일부터 전기 SUV EX30의 가격을 최대 761만원 인하한다. 엔트리 트림인 코어(Core) 모델의 가격은 3991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울시 보조금(약 321만원)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3670만원 수준까지 떨어진다.
볼보코리아는 이번 가격 조정에 대해 "전기차 대중화를 가속화하고 더 많은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시장의 기준선을 낮춰놓은 테슬라의 공세도 매섭다. 최근 출시된 모델3 스탠다드 RWD는 4199만원부터 시작하며, 보조금 적용 시 일부 지역에서 3000만원대 후반에 구매가 가능하다. 수입 전기차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유지하면서 가격은 국산 준중형 SUV와 직접 경쟁하는 수준까지 내려온 것이다.
여기에 중국 BYD의 '돌핀'이 보조금 포함 2000만원대 초반에 판매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수입차의 공세에 현대차그룹은 즉각적인 '물량 공세'로 맞불을 놓았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에 대해 최대 650만원 규모의 혜택을 제공하며, 코나 일렉트릭 역시 수백만원의 할인 조건을 내걸었다.
기아는 보급형 모델인 EV3를 보조금 포함 2000만원대 중후반에 공급하는 한편, EV5와 EV6에는 1%대 저금리 할부 프로그램을 도입해 소비자 체감 부담을 대폭 낮췄다.
단순 가격 인하를 넘어 금융 혜택까지 동원한 이러한 행보는 내수 시장 점유율을 사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단순한 '제 살 깎아먹기'식 할인 경쟁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낮추기 위해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LFP 배터리 적용을 확대하고, 국내 협력사와 설계 협업을 통해 고밀도 LFP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성능 NCM 배터리, 보급형 LFP,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병행하는 다층 전략을 통해 가격 경쟁력과 기술 주도권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동시에 미래 승부처로 꼽히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SDV 전략을 통해 차량 운영체제(ccOS), OTA(무선 업데이트), AI 기반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차량 성능과 기능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환경은 사용 경험을 개선할 뿐 아니라 중고차 가치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격이 아닌 사용자 경험과 서비스 생태계로 경쟁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승용 시장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기아는 PV5를 중심으로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시장을 개척해 상업용 전기차 수요를 선점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아이오닉 5 N과 같은 고성능 모델을 통해 '기술의 현대'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제네시스 역시 지난달 13일 합산 출력 650마력의 브랜드 첫 초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를 출시했다. 이는 저가 공세를 앞세운 경쟁 구도 속에서 브랜드 가치를 방어하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가격 기준을 낮추고 후발 주자들이 추격하는 현 상황에서 현대차의 대응은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라며 "결국 누가 더 효율적인 원가 구조를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전기차 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