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100조 시대…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세종=뉴스핌] 신수용 기자 =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1분기 중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과 고환율이 겹치며 물가와 경기 불안이 커지자, 재정 카드를 조기에 꺼내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경을 서두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재정 건전성 측면의 우려도 제기된다.
◆ 석유 최고가격제 지원 포함 검토…민생·물가 대응 초점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각 부처의 예산 요구서를 취합하는 대로 협의를 거쳐 추경안을 편성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신속한 추경 편성을 지시한 이후 예산 당국은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달 중 국회 제출을 목표로 검토 중이며, 상황에 따라 법인세 신고·납부 마감 시한인 3월 말 이전 제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추경 추진의 직접적인 배경은 중동 정세 불안이다.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며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가 상승이 물류비와 생산비 부담을 키워 식품·외식 등 생활물가 상승 압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국가재정법 제89조가 규정한 추경 편성 사유인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재정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등 초과 세수를 활용해 15조~20조원 수준의 추경이 편성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는 채권시장 불안과 물가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채 발행은 가급적 피한다는 입장이다.
추경 재원은 민생과 물가 안정에 집중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취약계층 지원과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가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필요한 사업자 손실 보전 재원도 추경을 통해 마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가 변동성이 큰 만큼 손실 보전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어 재원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 "고유가 장기화 불확실·피해 계층 불명확"…1분기 추경 속도전에 신중론
추경 추진 시점을 둘러싸고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가 상승이 장기적인 고유가로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1분기 추경을 서두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피해 규모나 투입 대상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정책 효율성이 떨어지고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유가 상승과 중동 상황이 장기적인 고유가 국면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경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며 "예산이 통과된 지 두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우선 기존 예산의 조기 집행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1분기 추경은 이례적이다.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6년 10월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총 18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2분기에 추경안이 제출된 적이 10회로 가장 많았다. 1분기와 3분기에 제출한 사례가 각각 4회다.
김 교수는 "지금 단계에서 논의되는 추경은 실제 피해 계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심리적 추경'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계층을 어떻게 지원할지 명확한 타깃이 없는 상황에서 재정을 투입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재정이 낭비될 수 있다"며 "이미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큰 상황에서 성급한 추경은 재정 건전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재정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추가 재정 지출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재정 정책은 물가 안정과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과 보조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뤄져야 한다"며 "재정 운영 과정에서 적자를 그대로 가져가지 않도록 재정 건정성을 회복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aaa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