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소파이 센터의 거대한 스크린 위로 하얀 궤적이 그려질 때, 타이거 우즈(미국)는 한 걸음 앞으로 쏠려 있었다. 138야드 거리의 TGL 14번 홀, '온 더 록스(On the Rocks)'를 향해 날아간 김주형의 티샷은 핀을 넘어갔지만 백스핀을 먹고 천천히 컵을 향해 되돌아와 컵 안으로 떨어졌다. 우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았다. 코트 사이드에 앉아 있던 맥스 호마, 케빈 키스너도 펄쩍펄쩍 뛰며 김주형을 향해 달려 들어갔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주피터 링크스 GC는 더 베이 골프클럽에 5-6으로 뒤지며 시즌 막판 탈락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 직전 13번 홀에서 '해머'(한 홀에 걸린 점수를 두 배로 키우는 배팅 카드로 한 매치에서 3번까지 사용 가능)를 던져 맥스 호마가 루드비그 오베리를 이기며 3점 차를 1점 차로 줄였지만 여전히 상황은 더 베이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런 가운데 14번 홀 티잉 에어리어에 선 김주형이 또 한 번 해머를 던졌다. 남은 두 홀, 사실상 '올인'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두 배 점수가 걸린 해머 홀에서 나온 홀인원으로 5-6이던 스코어는 순식간에 7-6으로 뒤집혔고, 소파이 센터 관중도 우즈와 팀 동료들도 뒤집어졌다.

현지 중계진은 "톰 킴이 TGL 역사를 다시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골프 매체들은 'TGL 출범 이후 가장 전기(電氣) 같은 순간'이라며 김주형을 '컨펌된 일렉트릭 팩토리(confirmed electric factory)'라고 표현했다.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소파이 센터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TGL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스크린 골프 리그 TGL의 두 번째 시즌에서, 우즈가 이끄는 주피터 링크스 GC와 더 베이는 플레이오프 막차를 놓고 맞붙었다.
초반 기세는 더 베이가 가져갔다. 트리플 매치(3인 번갈아 샷, 9개 홀) 구간에서 더 베이는 일찌감치 리드를 잡았고, 싱글 매치에 들어가서도 9번 홀까지 4-2, 이후 한때 6-3까지 앞서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주피터는 13번 홀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싱글 매치 세 홀을 남기고 3-6으로 뒤져 있던 상황에서, 주피터는 13번 홀에 해머를 선언하며 승점 2점을 건 승부에 나섰다. 그 홀에서 맥스 호마가 루드비그 오베리를 제압해 5-6으로 따라붙었고, 이어 김주형이 14번 홀 티잉 에어리어로 나와 TGL 역사상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했다.


김주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말 날것(raw) 그대로의 기분"이라며 "이틀 전에 그 핀을 향해 연습을 많이 했다. 그때는 잘 안됐지만 오늘은 효과가 있었다. 우즈가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14번 홀 한 방으로 7-6 역전에 성공한 주피터는 마지막 15번 홀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더 베이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다시 해머를 던지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주피터의 케빈 키스너가 윈덤 클라크를 상대로 13피트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키스너가 버디를 성공시키는 사이 클라크는 컨시드 파에 그쳤고, 이 홀에서도 두 배 점수를 가져간 주피터는 결국 9-6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 승리로 주피터는 정규시즌을 2승 2패 1연장패, 승점 5점으로 마감하며 4위에 올라 플레이오프 막차를 탔다. 연장에서 질 경우 승점 1점을 부여하는 TGL 시스템 덕에, 직전 보스턴 커먼 골프전에서의 연장 패배가 '마지막 한 점'이 돼 돌아온 셈이다. 반면 이날 역전패를 당한 더 베이는 2승 3패, 승점 4점에 그치며 5위로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TGL 플레이오프는 오는 18일 소파이 센터에서 시작된다. 주피터는 1번 시드를 차지한 보스턴 커먼 골프와 준결승에서 맞붙고, 다른 한쪽 대진에서는 로스앤젤레스 골프클럽과 디펜딩 챔피언 애틀랜타 드라이브 GC가 결승 티켓을 놓고 다툰다. 결승전은 24~25일 열린다.
TGL 첫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주피터는 김주형의 홀인원 한 방으로 팀 운명도, 리그 스토리라인도 동시에 뒤집어 놓았다. TGL이 기다리던 '시즌 2 하이라이트 장면'은 김주형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의미 있는 홀인원 한 방이 김주형에게 필드에서의 슬럼프 탈출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psoq133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