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극권 전략 요충지로 꼽아온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 미 해군 병원선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 확대 구상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현지와 덴마크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많은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위대한 병원선을 보낼 것이다. 가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그린란드 특사로 임명한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회동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다만 백악관은 병원선 파견의 구체적 배경에 대한 WSJ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미 해군은 동부에 배치된 'USNS 컴포트'와 서부에 배치된 'USNS 머시' 등 병원선 두 척을 운용 중이다. 그러나 어느 선박이 투입될지, 언제 도착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선박 위치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두 함정 모두 현재 앨라배마주 모빌의 조선소에서 정비 중이며, 컴포트는 4월 정비를 마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란드는 기후변화로 북극 해상 항로가 열리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진 지역이다. 인구 약 5만6천명 가운데 다수는 그린란드 이누이트이며, 모든 주민은 덴마크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와 광물 자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린란드 정부는 이미 자국민에게 무상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병원선 파견 필요성을 일축했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사양하겠다"며 "그린란드는 시민에게 무상 치료를 제공하는 공공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처럼 병원에 가려면 돈을 내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안나 방엔하임 보건장관은 광활한 영토와 열악한 인프라로 의료 접근성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일부 주민은 수도 누크까지 항공편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그는 "해결책은 미국 병원선이 아니다"라며 덴마크와의 협상을 통해 올해부터 연간 약 3천만 달러의 추가 의료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심리전의 또 다른 행위처럼 느껴진다"며 "우리의 약점을 이용하는 것은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그린란드 정부는 그동안 섬을 매각할 의사가 없으며 덴마크 자치령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스위스에서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관세 부과를 거론했다가 철회하며, 마르크 루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그린란드 및 북극 지역에 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 당국자들은 당시 협상이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 주둔 확대와 북극 안보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그린란드 광물 자원 투자에 대해 우선 협상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며, 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22일 페이스북에 "보험이나 재산이 아니라 누구나 평등하게 무상 의료를 받는 나라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린란드도 마찬가지"라고 적으며 우회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비판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