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1조 판매에도 '디지털' 비중 80%대 집중
'전통시장 프레임' 달리 소비는 카드·플랫폼 이동
* [AI로 읽는 경제]는 AI 어시스턴트가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자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ChatGPT AI 모델이 적용됐습니다. 상단의 'AI MY 뉴스' 로그인을 통해 뉴스핌의 차세대 AI 콘텐츠 서비스를 활용해 보기 바랍니다.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설 민생대책'으로 16대 성수품 27만톤(t)을 평시 대비 1.5배 수준으로 공급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910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더해 온누리상품권 환급 예산도 300억대까지 편성하며 '역대 최대' 수준의 명절 대응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설 전후 한 달간 집계된 실제 결제 데이터는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가장 전면에 내세워 온 정책 기조와 달리, 장바구니 결제는 카드·간편결제·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설에도 명절 소비의 결제 구조가 디지털·카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 성수품 27만t·할인 910억…'역대 최대' 규모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설 민생안정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배추·무·사과·배·한우·돼지고기 등 16대 설 성수품을 총 27만t 공급했다. 이는 평시 대비 1.5배 수준으로, 명절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을 선제적으로 억제하겠다는 조치다.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예산은 91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대형마트·전통시장·온라인몰 등에서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설 선물세트에 대해서는 최대 50%까지 할인 혜택을 적용하도록 했다. 할인 규모와 적용 기간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도 확대됐다. 전통시장 소비 촉진을 위해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한시 상향하고, 현장 환급 예산도 300억대 규모로 편성했다. 지역사랑상품권 역시 발행 규모를 늘려 설 명절 소비가 골목상권으로 유입되도록 설계했다.

정책의 초점은 분명하다. 성수품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 지역화폐·온누리상품권을 묶어 '물가 안정'과 '전통시장 소비 진작'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다만 설 민생대책 문서를 보면 성수품 물량과 할인 예산, 상품권 발행 규모 등 투입 지표는 상세히 제시돼 있으나 명절 소비가 실제로 어느 채널과 결제수단으로 이동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추적·공개하는 성과 지표는 별도로 설계돼 있지 않다. 문제는 이 막대한 예산 투입이 '실제 소비 경로와 얼마나 맞물렸는지'다.
◆ 온누리 1조 팔렸지만…'디지털' 82% 집중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설이 포함된 한 달(1월 10일~2월 10일) 동안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은 총 1조2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4473억원)와 비교해 129.6% 증가한 규모로, 설 특수와 할인율 상향 효과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디지털상품권 판매액은 8393억원으로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종이 상품권 중심이던 구조가 모바일·카드형으로 급속히 이동했음을 나타낸다.
사용 흐름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총 사용액은 5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52.3% 증가했다. 이 중 디지털 사용액은 3733억원으로 전체의 약 71%를 차지했다. 판매뿐만 아니라 실제 결제에서도 디지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특히 '온라인 전통시장관'에서의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결제액은 한 달간 54억원으로, 전년 연간 결제액의 70%를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명절 한 달이 사실상 온라인 결제의 분수령 역할을 한 셈이다.
물론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이 곧 전자상거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카드형 상품권이 전통시장 오프라인 점포에서 결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판매·사용 데이터 모두에서 디지털 비중이 70~80%대를 넘어섰다는 점은, 명절 소비의 결제 수단이 현금·지류 중심에서 카드·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온누리상품권 판매는 폭증했지만, 그 결제 구조는 이미 모바일·카드형 중심으로 옮겨갔다. 정부가 '전통시장 장보기'를 전면에 내세웠더라도, 실제 소비 현장에서는 디지털 결제가 기본값이 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 카드·플랫폼 '설 빅세일'…소비 흡수 경쟁
같은 시기 카드사와 대형 유통·온라인 플랫폼도 설 소비를 겨냥한 대규모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정부가 성수품 공급과 할인 예산을 확대하는 동안, 민간 유통 채널 역시 '가격'과 '결제 혜택'을 앞세워 명절 수요를 끌어당겼다.
이마트·트레이더스·홈플러스·농협 하나로마트 등은 설 선물세트에 대해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했고, 롯데마트는 최대 30% 할인에 나섰다. 백화점 업계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모바일 상품권이나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객단가를 끌어올렸다.
온라인몰도 가세했다. G마켓·옥션은 '설 빅세일'을 열어 최대 10% 할인 혜택을 제공했고, 컬리는 '설 선물 대전'을 통해 최대 15%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할인과 적립, 카드사 제휴 혜택이 겹치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몰이 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기도 했다.

카드사 역시 대형마트·백화점·온라인몰과 연계한 캐시백과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적립 이벤트를 집중 배치했다. 결제 단계에서 추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최종 선택을 카드·간편결제로 유도하는 구조다. 명절 소비를 누가 장악하느냐를 두고 유통사와 카드사가 경쟁하는 셈이다.
통계 흐름도 이런 구조 변화를 뒷받침한다. 산업통상부의 유통 통계에 의하면 최근 몇 달간 오프라인 유통 13개사의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반면, 온라인 유통 10개사는 1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체 유통 매출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이 흡수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온라인은 '성장', 오프라인은 '정체'라는 격차가 구조화되는 흐름 속에서 설 특수 역시 같은 궤적을 그렸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전통시장과 오프라인 장보기를 강조하더라도, 실제 결제는 카드·간편결제·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가 이미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정책 프레임 vs 결제 현실…데이터 공백
정부의 민생대책에는 성수품 물량과 할인 예산, 상품권 발행 규모 등 투입 지표가 상세히 제시돼 있다. 성수품을 몇 t이나 공급했는지, 할인 예산을 얼마 집행했는지, 상품권을 얼마어치 발행했는지 등이 수치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명절 소비가 실제로 결제 수단별(카드·현금·간편결제) 혹은 채널별(전통시장·골목상권·대형마트·온라인몰·배달앱)로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성과 지표는 별도로 설계돼 있지 않다. 설 민생대책이 '물량·예산 확대'에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예산이 어느 경로를 통해 소비로 연결됐는지까지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체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개별 부처와 카드사, 유통사, 플랫폼 등은 각각 관련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누리상품권 판매액과 카드 사용액, 온라인 매출 증가율 등 단편적 수치는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종합해 설 민생대책이 전통시장 매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하는 통합 지표는 정례화돼 있지 않다.

올해 설에도 성수품 물량과 할인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로 집행됐다. 그러나 지난해 설을 기점으로 확인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급증과 온라인 유통의 두 자릿수 성장 흐름을 감안하면, 명절 소비의 무게중심은 이미 카드·간편결제·플랫폼 쪽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상당 부분 굳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설 민생대책의 성패는 '얼마를 풀었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흘러갔는가'를 얼마나 정밀하게 보여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성수품 27만t과 할인 910억원이라는 투입 숫자가 전통시장 매출로 얼마나 연결됐는지, 혹은 카드·온라인 채널을 통해 얼마나 분산됐는지를 계량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정책 평가는 절반에 그칠 수밖에 없다.
명절 소비가 빠르게 디지털화되는 시대에 설 민생대책 역시 '물량 확대' 중심에서 '소비 경로 분석' 중심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온누리상품권 판매 1조원을 넘어선 지금, 정부의 다음 과제는 '지원 규모' 확대가 아니라 '소비 구조'를 읽어내는 데이터 설계에 있다.
■ 한 줄 요약
매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추진에도 설 소비의 결제 축은 '전통시장'보다 '카드·간편결제·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정책 효과를 계량적으로 검증할 데이터 체계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