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삼척·강릉=뉴스핌] 이형섭 기자 = 강원도와 경북, 경남을 잇는 동해선 삼척~동해~강릉 고속화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하면서, 부산에서 강릉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철도망이 사실상 '완전 고속축' 완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단순히 20여 분 이동 시간을 줄이는 공사가 아니라, 항만·산단·관광을 하나로 잇는 동해안 경제 대동맥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해선 유일 저속 구간 해소"…사업 개요와 노선
삼척~동해~강릉 고속화 사업은 기존 저속 구간 약 45km를 시속 200km급 고속철도 표준에 맞게 대체·개량하는 국가철도망 사업이다. 194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개통된 기존 선로(삼척~동해~강릉)는 곡선 구간과 도심 통과가 많아 시속 60~70km 수준에 머물러, 동해선 전체에서 '거북이 구간'으로 지적돼 왔다.
예타를 통과한 이번 사업은 삼척역~동해역~강릉 인근 안인신호장까지 약 45.2km를 대체하는 신규·개량 복선 전철로, 총사업비는 약 1조1507억원 규모로 제시됐다. 완공 시 부산 부전역~강릉역으로 이어지는 동해선 475km 전 구간이 고속·준고속 체계로 연결되면서, 노선 전체 운행 속도의 일관성이 확보된다.
이 사업은 예타 통과 이후 타당성조사·기본계획(2026~2027년), 기본·실시설계 및 보상(2028~2030년)을 거쳐 2031년 착공, 2037년 전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강릉 3시간30분대"…시간 단축이 바꾸는 지도
강릉~동해~삼척 저속 구간이 고속화되면 동해선 전체 운행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강원도와 관계 기관은 KTX 기준 부전(부산)~강릉 소요 시간이 현재 4시간 안팎에서 3시간20~3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척~동해~강릉 자체로는 20분 안팎의 단축이지만, 동해선 전체 축의 '병목'이 사라지면서 노선 효율성과 운행 계획이 크게 바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실제 정책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동해 KTX 개통 이후 동해역과 묵호역 연간 통행량은 372%, 강릉역은 245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급을 먼저 열어주면 수요가 따라오는 구조가 이미 입증됐다는 분석이다. 삼척~동해~강릉 고속화가 완료될 경우, 영남·부산권에서 강릉·동해·삼척을 찾는 관광·비즈니스 수요도 유사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강원연구원 "1조9천억 생산유발"…수치로 본 경제효과
강원연구원은 '동해선(삼척~동해~강릉) 고속화 사업의 기대효과' 분석에서 이번 사업이 1조9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80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추정했다. 동해선 유일 저속 구간을 고속화함으로써 병목을 제거하고, 노선 전체 운행 효율화를 통해 동해안 생활인구 확대와 수도권 중심 교통체계의 다변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특히 강원지역 철도 운송비가 국가 평균의 6.3배 수준에 이르는 현실을 지적하며, 항만-철도 인프라 확충과 동해선 효율화가 국가 물류 수송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척·동해·강릉 일원에 이미 계획된 13개 특구와 약 3조원대 투자 프로젝트와 맞물릴 경우, 고속화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고속철도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연구들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속철도 개통 이후 강원도 지역경제 변화 예측' 연구는 강릉선 KTX 개통 후 관광객·지역주민 모두 지역경제 도움과 관광 활성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KTX 개통이 이용객 증가를 통해 중소도시의 인구·주택 거래·주택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며, 도심 재생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항만·산단·수소 클러스터…"동해안 산업지도도 바뀐다"
삼척~동해~강릉 고속화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동해안 산업·물류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동해·묵호항, 동해신항, 망상 경제자유구역, 북평제2일반산업단지 수소저장·운송 클러스터 등 동해권 핵심 프로젝트들이 철도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강원연구원은 동해선 고속화가 항만과 배후 산업단지를 촘촘하게 묶어 해운+철도 복합 물류 거점 구축에 유리하며, 에너지·수소 산업의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수소저장·운송 클러스터로 지정된 북평제2일반산단과 동해신항 물류 기능이 연계될 경우, 동해시는 "수소·에너지 물류 허브"로 성장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항만·산단과 더불어 관광산업의 외연도 넓어진다. 이미 강릉선 KTX 개통 이후 강릉·동해·평창 등 동해안 관광지는 주말·성수기마다 'KTX 관광객' 증가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삼척·동해~강릉 구간이 고속화되면, 해양관광·레저·축제·크루즈 관광과 연계된 상품 개발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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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균형발전의 기폭제"…포럼·정책 토론회가 본 의미
국회와 지자체, 연구기관이 참여한 여러 포럼과 토론회에서도 삼척~동해~강릉 고속화는 단순한 지역 사업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 의제로 거론됐다. 국회 정책토론회 '삼척~동해~강릉 한반도 허리 고속화로 잇다'에서는 동해안 접경지역과 연계되는 이 구간이 전략적 가치가 큰 핵심 철도망이라는 점에서 "예타 통과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토론회에서는 서울~동해 KTX 개통 이후 역 이용객이 폭증한 사례를 근거로, "선공급이 수요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며 삼척~강릉 고속화 역시 지역균형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또 교통수단 분담률 측면에서 강원도의 고속철도 분담률이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고, 승용차 의존도가 90%를 넘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도 동해선 고속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원연구원의 '동해선(삼척~동해~강릉) 고속화를 통한 정책 효과 분석 및 발전 과제' 정책자료는 이 사업을 통해 수도권-강원-영남을 잇는 실질적 생활권 구축과 동서·남북 축을 잇는 철도 네트워크 강화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향후 동해북부선, 나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의 연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자산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남은 과제…"시간표 지키는 것이 진짜 성패"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는 시간표를 지키는 것이다. 예타 통과 이후 기본계획·설계·보상 과정에서 사업 기간이 지연되면, 2037년 개통 목표 역시 흔들릴 수 있다. 둘째는 지역 개발과의 연계를 실제 성과로 이어가는 일이다. 항만·산단·관광지 개발, 도심 재생 사업과 고속철도 정차역·역세권 계획이 어긋날 경우 고속화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고속철도가 자동으로 지역을 살린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도 학계는 지적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고속철도 개통이 수도권·대도시 집중을 더 키우며, 중소도시 경제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는다. 결국 고속화 사업은 "철도만 놓는 사업"이 아니라, 도시·산업·관광·인구 전략을 함께 짜는 종합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척~강릉 고속화는 동해선의 마지막 저속 구간을 지우는 상징적 공사다. 병목이 풀리는 순간 동해선 전체의 속도와 온기는 동해안 도시를 따라 북상할 것이다. 남은 것은 계획대로, 그리고 도시 전략과 함께 이 속도를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onemoregiv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