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산업계가 인공지능(AI)을 업무 전반에 빠르게 이식하며 'AI 대중화' 단계에 진입했다. 하지만 AI 활용이 주로 비용 절감과 시간 단축 등에 치중돼 있어, 실질적인 매출 증대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는 '질적 전환'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의 'AI 활용 실태 조사'에서 전국 1103개 기업 중 75.3%가 AI를 활용 중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1년 조사 당시 11.2%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약 7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특히 대기업의 도입률은 약 90%에 달하며, 사실상 모든 대형 사업장이 AI를 필수 도구로 채택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AI 도입의 '목적'과 '성과' 사이의 불균형이다. 일본 기업들은 AI를 통해 '방어적 성과'는 거두었으나 '공격적 성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AI 활용 기업의 90%가 업무 시간 단축 효과를 체감했다. 30%는 실제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고 답했다. 주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문서 작성, 정보 수집, 사내 매뉴얼 검색 등 사무 자동화 영역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본 셈이다.
반면, AI가 신상품 개발이나 매출 직접 증대로 이어졌다고 답한 기업은 10% 미만에 그쳤다. AI가 기존 업무를 빠르게 만드는 데는 기여했지만,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본 특유의 '점진적 도입'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 기업들은 기존 프로세스를 유지한 채 특정 구간의 효율을 높이는 방식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AI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재설계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일본은 AI 도입 속도는 빠르지만 AI를 활용한 업무 재설계나 고도화된 기술 교육 수준은 여전히 주요국 대비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26회계연도 예산안에서 AI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3.7배 증액한 1조2390억엔(약 11조5000억원)으로 편성하는 등 강력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단순한 사무 보조를 넘어 로봇과 연동된 피지컬 AI나 신약 개발, 신소재 설계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확산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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