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이글스 일본 첫 급유…지소미아 이후 군사협력 범위 시험대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 日은 '적극' 韓은 '신중'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한일 국방장관회담 참석을 위해 29일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이후 한일 군사협력의 보폭을 어디까지 넓힐지 주목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해 30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해상자위대 총감부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 회담한다.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총감부는 우리의 해군작전사령부에 해당하는 곳으로, 일본 해상 전력 운용의 핵심 지휘부다.

국방부는 이번 회담에서 역내 안보 정세와 한일 국방교류협력 방안,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를 중점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의 일본 방문은 2024년 7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으로, 지난해 9월 서울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한 '상호 방문 및 인적 교류 활성화'의 후속 조치라는 설명이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역내 안보 정세와 양국 간 국방교류협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일본 내 급유를 구체적인 협력 사례로 언급했다.
블랙이글스 T-50B 편대는 28일 강원 원주기지를 출발해 일본 오키나와현 항공자위대 나하기지에 중간 기착, 일본 측으로부터 급유 지원을 받았고, 이는 일본 항공자위대가 한국 공군 항공기에 급유를 제공한 첫 사례다. 블랙이글스는 다음 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국제 방산 행사 '월드 디펜스 쇼' 참가를 위해 장거리 전개 중이다.

일본 나하기지 급유는 장거리 작전 시 한일 간 군수지원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방위성 측도 "안전보장 환경이 한층 엄중해지는 가운데 한일 방위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급유를 한일 방위협력 심화를 위한 계기로 평가한 바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2019년 한국 정부의 종료 통보와 효력 정지 조치 이후 '어정쩡한 상태'가 유지됐지만, 2023년 3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완전 정상화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 측에 2019년 지소미아 종료 관련 공한 2건을 모두 철회한다는 결정을 서면으로 통보했고, 윤석열 정부는 "제도적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한미일·한일 군사 정보 협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지소미아는 종료 통보 효력 정지 상태가 아니라 정상적인 협정으로 복귀한 상태로,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 등 대북 군사정보 공유의 '법적 틀'로 기능하고 있다. 이번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도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 공유, 한미일 미사일 경보 연동 등에서 지소미아를 활용한 정보공조 강화 방안이 비공식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블랙이글스 일본 내 급유를 "한일 방위 협력의 일환"으로 규정하면서, 일본 정부가 이를 계기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추진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ACSA는 양국 군이 평시·유사시 상호 간에 연료, 식량, 탄약, 수리정비, 수송 등 군수지원을 보다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게 하는 협정으로, 일본 자위대와 미군·호주군 등은 이미 유사한 협정을 맺고 운용 중이다. 한일 간 ACSA가 체결될 경우, 해상·공중 연합훈련, 인도적 지원·재난구호, 국제평화유지활동(PKO)에서 물자·용역 제공과 대금 정산 절차가 표준화돼 작전 운용의 융통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일본 측의 설명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한일 ACSA는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우려와 국내 여론 부담 탓에 수차례 제동이 걸려왔고, 2024년 국방차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가 "정부 차원에서 검토한 바 없다"고 정정하는 등 민감한 이슈로 남아 있다.
정빛나 대변인은 '일본과의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이 이번 회담에서 안건으로 다뤄지느냐'는 질문에 "군수 또는 군사적 협력에 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정부가 한일 ACSA 체결에 긍정적이라는 관측과 달리,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ACSA가 공식 의제로 채택되거나, 곧바로 협상 개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측이 블랙이글스 급유 지원과 향후 연합훈련·인도적 작전 협력을 명분으로 '실무 검토' 수준의 논의를 제안할 경우, 장기 과제로서 테이블 위에 올려둘 여지는 남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이번 방일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 중국·러시아 전략폭격기 연합비행 등 역내 안보환경 악화 속에서 한일 국방장관 간 소통 채널을 상시 가동하는 체제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안 장관은 일본 방문 기간 미국 해군 제7함대사령부와 일본 방위대학교 등도 방문할 예정으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실무 축인 미 7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 간 연계도 동시에 점검할 계획이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