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조 기금 자산, 안전자산 편중 구조 점검
안정성·유동성 전제로 수익·공공성 동시 강화
벤처 0.03%·ESG 3.23%…정책 연계 투자↑
코스닥 반영·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중장기 검토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국내 기금 자산 운용의 무게추가 바뀌고 있다. 1200조원을 넘는 기금 자산이 그동안의 안전자산 중심 운용에서 벗어나 벤처·ESG(환경·사회·지배구조)·정책펀드·국내주식 등으로 점차 다변화되는 방향으로 재설계된다. 안정성과 유동성을 전제로 하되,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예산처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기금자산운용정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기금 자산운용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방향에는 고금리 장기화와 통상 불확실성이란 대외 환경 속에서 기금의 위험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자산 다변화를 통해 중장기 수익 기반을 넓히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 1222조 기금 운용…안전자산 편중 구조 드러나
현재 67개 기금이 운용하는 여유자금은 1222조원(2024년 평잔) 규모다. 운용 규모는 2015년 574조6000억원에서 2020년 883조6000억원, 2021년 1007조3000억원을 거쳐 2024년 1222조원까지 꾸준히 늘었다. 국민연금기금 확대가 전체 자산 증가를 이끌었다.
최근 수익률은 비교적 양호했다. 평균 수익률은 2023년 5.55%, 2024년 4.57%를 기록했다. 2022년(0.00%)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사회보험성 기금은 2023년 10.65%, 2024년 8.64%로 금융성(5.00%), 사업성(4.17%) 기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자산 다변화 효과를 보였다.
다만 자산 배분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2024년 기준 단기자산은 21.7%, 중장기자산은 78.3%다. 단기자산 가운데 만기 3개월 미만 현금성 자산이 17.7%로, 단기자산의 81.6%를 차지한다.
중장기자산 124조3000억원(국민연금 제외)을 보면 국내채권형이 53조8000억원(43.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확정금리형 12조원(9.7%)이 뒤를 이었다. 국내주식형은 12조원(9.7%), 해외주식형은 16조7000억원(13.4%), 대체투자는 16조3000억원(13.1%) 수준이다. 중장기자산의 절반 이상이 채권 및 확정금리 자산에 묶여 있는 구조다.
정부는 현금성·확정금리형·채권형 중심 운용으로는 고물가 환경에서 실질수익률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안정성과 유동성을 전제로 주식·대체투자 등 실적형 자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자산 다변화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 4대 원칙 재정립…안정성 전제로 수익·공공성 동시 추구
이에 따라 정부는 단순히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기금 운용의 기본 틀 자체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전성과 유동성을 전제로 하되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점을 제도적으로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에 앞서 '어떤 원칙 아래 운용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산운용의 기본 원칙으로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 ▲공공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공자금의 성격을 고려한 균형점을 찾겠다는 의미다.
기금의 규모와 목적에 따라 운용 전략도 차별화된다. 1조원 이상 대형 기금은 전담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주식·대체투자 등 실적형 자산 비중 확대를 검토한다. 반면 1조원 미만 중소형 기금은 전문성 한계를 고려해 연기금투자풀의 완전위탁형(OCIO) 운용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인다.
설치 목적에 따른 전략도 구체화됐다. 사회보험성 기금은 초장기 운용 특성을 반영해 주식과 대체투자 등 장기수익 자산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인프라 등 실물자산 편입도 병행한다.
금융성 기금은 자산-부채 만기 구조 관리를 강화하면서 확정금리형 비중을 축소하고 다변화를 추진한다. 사업성 기금은 지출 변동성이 큰 만큼 만기 매칭을 통해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한다.

◆ 벤처·ESG·국민성장펀드 확대…연기금 정책 역할 강화
정부는 정책 연계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기준 벤처투자는 중장기자산 1183조원 중 3조1000억원, 비중으로는 0.03%에 불과하다. 정부는 연기금이 앵커투자자로 참여해 혁신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J-커브 효과와 청산 리스크를 고려해 분산·지속 투자 원칙을 제시했다.
ESG 투자 역시 확대 대상이다. 현재 ESG 투자 비중은 전체 자산의 3.23% 수준이다. 정부는 ESG를 단순한 공공성 수단이 아니라 장기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제고 전략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필요 시 투자풀 위탁을 통해 ESG 펀드에 참여하도록 권고했다.
국민성장펀드는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 중이다. 올해 간접투자 방식 목표는 7조45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일반정책성펀드가 6조7300억원 규모다. 재정이 후순위 보강을 통해 손실을 우선 감내하는 구조를 설계해 연기금의 투자 리스크를 완화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부는 기금운용평가 시 기준수익률에 코스닥지수 일정 비율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국내 혁신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행 전략적 자산배분(SAA)의 경직성을 보완하기 위해 허용위험한도 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는 기준포트폴리오 체계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위험관리와 수익 추구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