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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본게임] ② 기본 통화로 부상하는 디지털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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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무역·이민자 송금 시장 잠식
은행·카드사 생사를 건 대응 전략
통화 패권과 규제 전쟁 주시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2026년의 스테이블코인은 차트 속 암호화폐가 아니라 이미 세계 곳곳의 결제 화면과 회계 장부에 스며든 '달러의 디지털 확장판'에 가깝다.

규제가 어느 정도 정리된 뒤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이 디지털 달러를 실제로 사용하고, 그 흐름이 기존 금융을 어디부터 잠식해 갉아먹는가 하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도구를 이용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 결과 답은 국경을 넘는 송금과 무역결제, 거래소와 디파이, 그리고 일부 기업의 단기 자금 운용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은행 예금이나 카드 네트워크를 대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민자 송금과 중소 수출입 업체, 크립토 및 핀테크 기업, 헤지펀드와 같이 경계선에 서 있는 이용자들에게는 이미 일상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기존 시스템에서 비용과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지점을 정교하게 파고들며, 자신만의 쓰임새를 넓히는 움직임이다.

◆ 이민자 송금과 중소 무역, 스테이블코인부터 쓴다 = 국경을 넘는 송금은 스테이블코인이 보여준 가장 눈에 띄는 성과다. 기존의 스위프트 기반 송금은 몇 단계의 은행을 거치며 1~3영업일이 걸리고, 총비용이 송금액의 몇 퍼센트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부 핀테크 업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고객이 현지 통화를 예치하면 이를 곧바로 온체인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전송하고, 수취국에서 다시 법정통화로 바꾸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방식은 결제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중간 구간만 블록체인으로 교체하는 형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은행 계좌 대신 앱을 통해 송금하고, 하루가 아니라 몇 분 안에 돈이 넘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AI로 관련 서비스들의 공개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특정 신흥국 간 거래에서는 수수료가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처리 시간은 무려 90% 이상 단축됐다는 수치가 반복해서 등장했다.

중소 수출입 업체도 비슷한 이유로 스테이블코인을 주목하는 모습이다. 은행을 통해 신용장(L/C)이나 전신환(T/T)을 열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자금이 묶이는 시간이 길다. 반면 일부 B2B 결제 플랫폼은 바이어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판매자가 이를 현지 통화로 바로 환전하는 방식을 테스트하고 있다. 거래 금액 단위는 아직 크지 않지만 AI 도구로 무역 핀테크 사례들을 모아 보면 은행이 달갑게 받아주지 않는 소액 또는 고빈도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두드러진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사실은 이용자가 반드시 크립토 투자자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고객은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접하지 않고 서비스 업체가 중간에서 이를 사용해 결제 속도와 비용을 최적화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해외 송금이나 결제 앱이지만 그 이면에서 돌아가는 것은 은행의 폐쇄형 네트워크가 아니라 공개형 블록체인이라는 사실이 2026년의 새로운 풍경이다.

◆ 거래소·디파이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기본 통화' = 암호화폐 생태계 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위상은 훨씬 더 분명하다. 주요 중앙화 거래소와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각종 알트코인의 거래쌍 대부분은 스테이블코인을 기준으로 표시된다. 과거에는 달러나 유로 현금이 이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USDT나 USDC 등 달러 연동 코인이 사실상의 '기본 통화'가 된 셈이다.

중소 무역과 이민자 송금, 신흥국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는 스테이블코인 [AI 일러스트=황숙혜 기자]

디파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담보와 유동성의 핵심 축이다. 대출 프로토콜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해 이자를 받거나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레버리지 포지션을 잡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탈중앙 거래소(DEX) 유동성 풀에서도 '스테이블코인–암호자산' 페어가 핵심을 이룬다.

AI가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한 여러 보고서를 보면 디파이 전체 가치 잠김(TVL) 가운데 상당 비중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풀과 대출 포지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 가치 잠김(TVL, Total Value Locked)이란 디파이 플랫폼이나 유동성 풀 등에 예치된 자산의 총 가치를 의미하는 지표다.

이 구조는 스테이블코인을 일종의 은행 밖 달러 예금으로 만든다. 이용자는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해 이자를 받지만 그 이자는 은행이 아니라 프로토콜과 차입자가 지급한다.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리는 쪽은 달러를 빌리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를 얻는다. 이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실행된다는 점이 기존 금융과의 가장 큰 차이다.

◆ 국채와 머니마켓, 스테이블코인과 닮은꼴이 되다 = 기관 투자자와 기업 재무부에 눈을 돌리면 스테이블코인의 또 다른 얼굴이 보인다. 여러 리서치에 따르면, 규제를 받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 상당 부분이 미국 단기 국채와 역레포에 투자돼 있다. 발행사는 1달러짜리 코인을 찍어 투자자로부터 받아온 자금을 안전자산에 넣고, 그 이자 수익에서 운영비와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이는 전통적인 머니마켓펀드(MMF)와 구조적으로 매우 비슷하다. 차이는 유통 방식과 유통 속도다. 머니마켓펀드의 지분은 전통 금융 인프라를 통해 사고파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주소 간에 24시간 365일, 몇 초 단위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헤지펀드와 크립토 트레이딩 업체는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성 자산에 결제 수단을 결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 재무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규제가 비교적 명확해진 이후 일부 IT 기업과 크립토 친화적 회사들은 잉여 현금의 일부를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에 보관하고, 이를 거래소 수수료 결제와 공급업체 지불, 더 나아가 일부 급여 지급에도 활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아직 회계기준과 세법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아 신중한 움직임이지만 은행 계좌에 묶어 두는 것보다 온체인에서 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국제 금융 기구와 신용 평가사는 이 현상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미국 국채와 단기 자금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으며, 특정 시점에는 단기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변동성에 영향을 줄 정도의 규모로 커질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 [사진=블룸버그]

AI 도구를 이용해 주요 보고서를 비교해 봤을 때 '기회'와 '구조적 리스크'라는 두 키워드가 나란히 등장한다는 사실이 현재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신흥국에서는 '디지털 달러 예금' 효과 = 신흥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갖는 의미는 조금 더 직설적이다. 통화가 약하고 인플레이션이 높으며, 자본통제가 강한 나라일수록 스테이블코인은 손 안의 달러 예금에 가깝게 받아들여진다.

예금자 보호 제도가 취약하거나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낮은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달러 현금을 모아두는 것이 일종의 생활 습관처럼 자리 잡아 왔다. 이제 그 일부가 스테이블코인 지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거래소 앱만 있으면, 현지 통화 대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쥐고 물가 상승과 환율 급등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는 자국 통화와 은행 시스템에 이중의 압력을 가한다. 한편으로는 통화 대체(dollarization)가 디지털 형태로 가속화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이 흡수했을 수 있었던 예금이 온체인으로 빠져나간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래서 몇몇 국가는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 거래를 강하게 막거나 자국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및 CBDC로 흐름을 흡수하려는 전략을 병행하는 움직임이다.

반대로 스테이블코인 발행국인 미국에겐 이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달러화'로 읽힌다. 자국 금융기관이 발행한 디지털 토큰이 해외에서 비공식 준비통화처럼 쓰이는 만큼 달러 패권의 저변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은 좋아하지만, 신흥국 통화당국은 불편해 하는 금융 상품이라는 이중적인 얼굴을 갖게 됐다.

◆ 은행과 카드사의 '틈새가' 먼저 갉아먹힌다 = 그렇다고 해서 스테이블코인이 당장 은행과 카드 네트워크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은행과 제휴해 발행되는 경우가 많고, 발행 준비금 역시 은행과 국채시장에 머문다.

하지만 AI 도구로 수수료 구조와 서비스 제공 영역을 비교해 보면, 기존 플레이어들의 수익성이 높은 틈새부터 서서히 잠식되고 있는 패턴이 보인다.

스테이블코인 공급 추이 및 전망 [AI 그래프=황숙혜 기자]

해외 송금과 카드 네트워크를 통한 소액 해외 결제, 신흥국 간의 상거래 결제, 크립토 거래 및 파생상품 증거금,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의 소액 정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더 빠르고 싼 달러 결제 수단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는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자체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화 예금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규제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제휴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전략이다. 결국 싸움은 스테이블코인을 막을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누가 스테이블코인을 자기 편으로 끌어와 자기 인프라 위에 얹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 어디에 맡긴 '디지털 달러'인가 = 2026년의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시스템 밖에서 커지는 동시에 기존 금융과 점점 더 얽혀 들어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민자와 중소기업, 디파이 이용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국경과 시간대를 넘어 달러를 주고받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토큰을 떠받치는 준비금이 미국 국채와 은행 계좌 속에서 이자를 벌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쟁점이 떠오른다. 각자 손에 쥔 스테이블코인이 어디에 맡긴 디지털 달러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발행사의 규제 수준과 준비금 자산의 품질, 상환 메커니즘, 그리고 국가 간 규제 협력의 정도에 따라 같은 1달러짜리 토큰이라도 위험과 신뢰의 무게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통화 패권과 규제 전쟁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즉, 미국과 유럽, 신흥국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달러의 디지털 확장판을 통제하거나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싸움이 결국 개인 투자자와 기업, 각국 경제에 어떤 균열을 초래할 것인지 주목된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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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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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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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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