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6년 스마트폰 가격 인상과 출하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원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16일 보고서에서 2026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에 제시했던 '보합 내지 소폭 증가' 전망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출하량은 실제 판매량과는 다르지만, 유통 채널로 공급되는 물량을 기준으로 해 수요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반면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2026년 6.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앞서 제시했던 3.6% 상승 전망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카운터포인트는 특정 반도체 부족과 공급망 병목 현상이 부품 가격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데이터센터 확장에 D램 수급 경색…중저가폰 직격탄, 애플·삼성은 상대적 선방
핵심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엔비디아 시스템에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램 수요가 급증했고,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요 메모리 업체의 생산 능력이 AI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D램이 스마트폰에도 필수적인 부품이라는 점이다. AI 서버용 D램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올해 들어 D램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0달러 미만 저가 스마트폰의 경우, 연초 이후 부품 원가(Bill of Materials·BoM)가 20~30% 상승했다. 중·고가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원가는 10~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운터포인트는 "메모리 가격은 2026년 2분기까지 추가로 40% 더 오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스마트폰 한 대당 BoM 비용은 현재 이미 높아진 수준에서 8~15% 이상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원가 상승 압력은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부품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별로 영향은 엇갈릴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MS 황 책임 연구원은 "애플과 삼성전자는 브랜드 파워와 원가 조정 여력이 있어 향후 몇 분기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다"면서도 "중저가 시장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점유율과 수익성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장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적인 가운데, 원가 상승을 흡수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부 제조사들이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오디오 부품 등의 사양을 낮추거나 기존 부품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동시에 고가 모델 판매를 유도해 평균 판매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AI 중심의 반도체 수요 재편이 스마트폰 산업 전반의 가격 구조와 수요 흐름까지 뒤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oinwon@newspim.com













